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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의 때 아닌 단식투쟁 손익계산서오직 선거 의식한 '드루킹 특검' 주장… 홍준표 '종북 마케팅'에 내부 분란까지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5.04 09:30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때 아닌 단식투쟁이 화제이다. 3일 “조건 없는 특검 관철을 놓고 야당을 대표해 무기한 노숙 단식투쟁에 돌입하겠다”며 국회 본청 앞에 농성장을 차린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이곳을 지지 방문해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을 하겠다는 거야 본인의 자유이니 뭐라 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 명분이 있는 행위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이날 오전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원내대표 간 협의가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의 회동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로 끝났다. 우원식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 수용을 시사했지만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를 거부해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런데 우원식 원내대표는 자신이 특검 수용을 약속한 바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원식 원내대표의 해명을 보면 특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어떤 합의안이 논의되는 과정이 있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특검을 수용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 내부에서 드루킹 특검을 강력히 반대하는 의견이 대다수라 제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분명히 드렸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만일 이날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다면 우원식 원내대표가 특검 수용을 자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했어야 한다는 게 된다. 물론 이 ‘합의’는 의원총회 등에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거부될 수도 있다. 이런 합의의 기본 뼈대를 만드는 게 원래 원내지도부가 하는 일이니 이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농성을 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오히려 의문은 합의가 좌초되는 과정에 대해 생긴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조건 없는 특검’을 말하고 있지만 협상 결렬 이유를 오직 그것뿐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협상은 ‘주고받기’가 될 수밖에 없다. 원내에서의 협상을 총지휘하는 인사의 주장이라기엔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둘러싼 여론지형을 봐도 그렇다. 국민적 호응이 있는 사안인데도 극단적 입장만을 고수해서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성태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판문점 선언 국회비준과 ‘드루킹 특검’을 고리로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는 게 명분으로서도 나쁠 게 없다.

일각에서는 결국 시점이 문제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지방선거 이전에 특검 수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단식투쟁의 숨은 의도 아니겠느냐는 거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전에 특검 일정이 시작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검 사무실 구하면 아마 지방선거 끝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4일 오후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여야 원내대표 비공개회동의 결과를 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지만 국회 정상화가 끝내 특검 일정 때문에 무산된다면 자유한국당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결국 정략을 이유로 대의를 외면한 셈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은 합의가 휴지조각이 되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가올 남북과 미국, 중국이 함께하는 평화체제 논의에 국회가 초당적으로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뿐 만이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안과 각종 민생 법안의 처리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직 의원들의 사직원 처리 시한이 14일이다. 사직서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더라도 개별 후보자들의 지방선거 출마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지역구 보궐선거는 내년 4월에나 실시된다. 하반기 국회 운영을 위한 원구성과 국회의장 선출 등의 일정도 5월 내에 소화해야 한다.

이렇게 갈 길이 바쁜 국회의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제1야당 원내대표의 도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하면 청와대도 수용하겠다는 것이니 자유한국당이 입장을 바꾸면 어찌됐건 ‘드루킹 특검’은 진행이 되는 것이다. 지방선거 전이냐 후냐는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당위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드루킹 사건이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마한 경남지사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일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 홍준표 대표는 연일 극단적인 언사를 동원해 판문점 선언을 폄훼하고 ‘종북’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낙점해 출마할 수 있게 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발언과 연설을 보면 김일성 사상을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라는 주장까지 내놨다.

오로지 ‘집토끼’ 만을 겨냥한 선거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런 극단적 태도는 당내에서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출마자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원유세 등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까지 형성돼있다고 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등은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슬로건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일부 의원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대놓고 홍준표 대표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런 자유한국당 내의 혼란이 국회정상화 합의 및 관련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홍준표 대표의 극단적 행태가 딱히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런 식이니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패배를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당권 유지만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국회의 존재 의의를 종속시키는 태도는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홍준표 대표는 “창원에는 빨갱이가 많다”, “성질 같아서는 두들겨 패버리고 싶다”는 발언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홍준표 대표 덕에 지방선거 이후 자유한국당이 없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설득해 국회 정상화를 앞장서 이끄는 걸로 상황을 만회하고 기상천외한 행보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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