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이 쏟아지면서 홍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홍 대표의 '묻지마 비난', '막말' 등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의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올까봐 걱정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완전한 비핵화' 등의 내용이 담긴 '판문점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높은 가운데 국제사회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화해를 원한다고 본다. 이제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웠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만은 남북 정상회담 직후 "위장평화쇼"라고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결국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면서 "북의 통일전선 전략인 우리 민족끼리라는 주장에 동조하면서 북핵 폐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것이 남북 정상회담 발표문"이라고 폄하했다.

이후 홍준표 대표는 특유의 SNS 정치를 통해 지속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깎아내리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올려나갔다. 지난달 28일 홍 대표는 "이번 남북 공동선언은 이전의 남북 선언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해고, 29일에는 "여론 조작이나 일삼는 가짜 여론조사기관과 댓글조작으로 여론조작하는 세력들이 어용언론을 동원해 국민을 현혹해도 나는 깨어 있는 국민만 믿고 앞으로 나아간다"면서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 때는 공범"이라고 비꼬았다.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지역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는 홍준표 대표의 발언을 규탄하는 피켓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를 본 홍준표 대표는 "쟤네들은 뭐야"라고 물었고, 당직자가 "민중당에서 왔나보다"라고 하자, 홍 대표는 "원래 창원에는 빨갱이들이 많다"고 막말을 했다.

홍준표 대표의 이러한 발언에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일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예비후보인 김태호 전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우리당을 포함한 야당도 무조건 비판만 하지 말고 평화의 시대를 위한 다시 오기 힘든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페이스북에 적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면서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시장은 "특히 남북 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당 지도부는 정신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2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홍준표 대표를 향해 "깊이 생각하고 말씀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남 지사는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슬로건인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에 대해서도 "국민 편 가르기에 우리가 앞장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결국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울주군수 공천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던 강길부 의원이 홍 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강 의원은 "최근 한국당 상황을 보면 과연 이것이 공당인가라는 의문이 든다"면서 "홍준표 대표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강길부 의원은 "국민이 바라던 당 혁신, 인적 쇄신, 정책 혁신은 온데간데 없고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당 대표가 지방선거에 지원유세를 올까봐 걱정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특히 최근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당 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면서 "오죽하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가 홍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려 반성을 촉구했겠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터넷여론은 대체로 '여당 입장에선 홍 대표가 잘하고 있다'며 물러나면 안된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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