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의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결과 직·간접적 성폭력 유형 중 '성희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성희롱 외에도 음란메시지, 스토킹,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 및 유사강간 등의 성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내 성폭력 실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도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들은 해결 방안으로 국회 조직문화 개선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유승희 윤리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내 성폭력의 원인은 불평등한 권력관계다. 위계질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가장 큰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국회에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윤리특위는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맡아 국회의원과 보좌진 27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윤리특위는 지난달 3일부터 5일까지 총 1,818부의 설문지를 배포했고 이중 958부가 회수됐다고 밝혔다. 3일이라는 짧은 조사기간에도 불구하고 52.7%의 높은 응답률을 보인 셈이다.

·조사결과 성폭력 피해 유형은 '성희롱'이 가장 많았다. 윤리특위에 따르면 목격하거나 들은 적이 있는 성폭력범죄는 성희롱이 338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벼운 성추행(291명), 심한 성추행(146명), 스토킹(110명), 음란전화·문자·메일(106명), 강간미수(52명), 강간 및 유사강간(50명)순이었다.

직접 피해를 겪은 성폭력 범죄 역시 성희롱이 99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가벼운 성추행(61명), 음란전화·문자·메일(19명), 심한 성추행(13명), 스토킹(10명), 강간 및 유사강간(2명), 강간미수(1명) 순이었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응답자는 모든 성폭력범죄 유형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응답자의 현재 직급은 여성은 7급 이하, 남성은 6급 이상이 다수였으며, 가해자는 6급 이상이 다수였다. 가해자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윤리특위는 "이같은 결과는 국회 내의 성폭력 범죄 피해가 상급자에 의한 위계위력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 가운데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누군가에게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6명으로 이중 85명은 여성이었다. 이들 중 57.1%는 적절한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으나, 42.9%는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2차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도움을 청한 상대는 의원실 동료, 타의원실 동료, 같은 의원실 상급자 순으로 나타났는데 주변의 침묵이 성범죄 방조로 이어지거나 2차 피해 유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국회 내 대응시스템에 대해서도 응답자들은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성폭력범죄 발생시 국회사무처의 '성희롱고충전담창구'가 사건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이 64.1%로 조사됐다. 또한 해당기구에 대해 응답자의 55.9%가 '전혀 모른다'고 답했고, '알더라도 내용은 잘 모른다'는 응답이 38.4%로 나타나 기구 존재에 대한 인지도 자체도 떨어졌다.

박인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응답자들이 바라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개선방안은 가해자를 처벌해야한다는 것이 1순위였다. 공무원 비위 사건에 준하는 처벌을 원했다"며 "다른 의원실로 재취업할 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새로 취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성폭력 전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남성 중심의 국회 조직문화 개선과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만이 성폭력범죄를 예방·조치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유 위원장은 "국회는 서열중심, 남성중심의 조직 문화가 아직도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기 때문에 2차 피해까지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적절한 대응없이 사건을 은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범죄 신고를 의무화 하고 여성보좌진 협의회를 구성해 국회법에 의해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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