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표절의 아픔을 딛고 <런닝맨>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기사가 나왔다. ‘표절을 떠나서 프로인 만큼 최선을 다해’ 잘 촬영했다고 한다.

이미 <하하몽쇼> 방영으로 최악의 상황에 빠진 이효리가 또다시 안티양산의 깃발을 든 모양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비난 받을 게 불을 보듯 뻔한 길을 왜 가는 것일까?

방영 전에 예상했던 대로 <하하몽쇼> 방영 이후에 이효리에 대한 비난이 잇따랐다. 지금 시점에서 이효리가 예능에 나오는 것이 얼마나 자멸적인 일인가가 분명히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런닝맨>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기사가 나오다니 무신경도 도를 넘은 무신경이다.

<하하몽쇼> 방영이 문제됐을 때 이효리의 팬들은 표절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촬영된 것이라며 이효리를 극구 옹호했었다. 이번엔 그러기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가 공식적으로 표절 사실을 인정한 후에 <런닝맨> 촬영에 임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기사의 관계자는 표절 파문이 터지기 전에 이미 출연 약속이 있었던 것을 이행한 것뿐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표절 파문은 매우 중대한 사태다. 그 사건이 있기 전과 있은 후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대중이 이효리를 보는 시선도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지했다면 그에 따라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했다.

그전에 이미 출연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이행한다는 말은 너무나 무신경한 말이다. 연예인은 이미지를 먹고 사는 존재다. 이미지는 구도에서 나온다. 대중은 시시콜콜한 속사정을 다 헤아려가면서 연예인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구도가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인상을 규정하는 법이다.

이효리의 행보는 지금 최악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표절로 앨범활동 -> 앨범활동 접을 때 돼서 표절 인정 -> 자숙 발표 -> 곧바로 예능퀸 활동 개시’ 이런 구도로 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100만 안티 육성 계획이라도 세운 듯한 행보다. 도대체 왜 이러나?

물론 이효리는 피해자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발표하면서 이효리의 음악적 역량이 집중적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곡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효리에게도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

만약 이번 앨범의 노래들이 아주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이 앨범의 음악적 책임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이효리에게도 찬사가 쏟아졌을 것이다. 그녀는 차원이 다른 뮤지션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구도였기 때문에 앨범의 노래들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효리에게도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필연이었다. 찬사는 받지만 비난에선 벗어난다는 편리한 세상이 아닌 것이다.

이 사태를 단지 ‘난 피해자야, 이건 작곡자만의 문제야’라고 가볍게 여긴다면 지나친 무신경이다. 게다가 표절 인정 시점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이효리의 앨범활동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구도가 됐다. 그런 다음에 바로 예능퀸 행보를 보이면, 결국 이효리가 당한 피해란 ‘모처럼 가수가 표절을 인정했다는 사실’ 그거 하나 외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속사정이야 어떻든 구도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효리가 그렇게 아무런 피해를 당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 대중이 그녀를 처벌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 비호감, 악플의 100만 안티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게 인지상정이다. 누군가가 잘못했을 때 그가 피해를 당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면 대중은 그를 더 이상 욕하지 않는다. 반면에 아무런 피해도 당하지 않고 자숙하지도 않으면 대중은 10배, 100배 독한 처벌을 가한다.

이렇게 상식적인 세상사를 이효리 측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왜 표절 인정 후에 곧바로 예능 출연이라는 자해적인 구도를 만들어가는 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이 사태의 엄중함을 정확히 인식했다면 유재석과의 약속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프로의식’ 운운하며 미리 한 약속이라서 촬영했다는 말이 나오는 건 이효리 측이 사안의 중대성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하하몽쇼> 방영에 대해서도 이렇다 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느낌이 없었다. 대중이 표절사태를 중대하게 인식하는데 이효리 측이 가볍게 여긴다면, 그 생각의 차이만큼 이효리의 행보 속에서 문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효리가 미리 예정됐던 방송활동도 못할 만큼 피해를 당하고 있고, 자숙하고 있다는 구도만 만들어주면 대중의 인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효리도 피해자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거꾸로다. 때문에 이효리 관련 기사만 뜨면 댓글창에서 난투극이 벌어진다.

이 분위기가 이어지면 이효리의 이미지도 서서히 허물어질 것이다. 이효리 측에게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할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효리는 지금 화려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 줄 때가 아니다. 팬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본인도 힘들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다. 그러면 대중은 이효리를 감싸줄 것이다.

방송사도 황당하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이효리가 난타당할 거라는 걸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프로그램을 이슈화시키기 위해 그녀를 내세운다는 의혹을 갖게 된다. 몰랐다면 무신경한 것이고 알았다면 냉혹하다. 출연자가 욕을 먹든 말든 프로그램만 띄우면 그만인가? 방송사와 이효리 측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