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새월화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의 재미가 예사롭지 않다. 여름이 선호하는 '호러'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캐릭터 '구미호'를 앞세워, 모성과 복수 그리고 사랑을 담은 서스펜스 호러사극으로 재구성한 드라마가 <구미호 여우누이뎐>이다.

사실 '구미호'는 너무나 친숙하다 못해, 식상하기까지 한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숙종과 장희빈이 등장하는 <동이>도 마찬가지다. 즉, 드라마의 재미는 소재에 앞서, 누구에 의해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이다. <동이>속의 동이가 드라마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었다면, <구미호 여우누이뎐>속엔 구산댁이 있다. 그동안 수없이 리메이크된 '구미호'속에선 찾을 수 없었던 '모성'이, 구산댁에겐 존재한다. 그것이 <구미호 여우누이뎐>에 색다른 재미와 생기를 불어넣은 원천인 셈이다.

모든 이들이 한번쯤 생각해보는, '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는 과연 행복했을까?'란 물음표의 선상에서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이야기를 풀어간다. 바로 '구미호'의 엔딩 부분인 구미호가 인간으로 환생할 10년째 되는 바로 하루 전날 밤. 남편의 발설로 결국 인간이 되지 못한 구미호가 피눈물을 흘리며 사라졌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단막극이 아닌 16부작 <구미호여우누이뎐>엔, 남편(정은표)과 구미호(한은정)사이에 딸아이 연이(김유정)가 있었다. 남편은 죄책감에 자살하고, 구미호는 반인반수인 딸아이를 위해 인간 세상에 머물 수밖에 없는 설정. 이어 구미호의 눈물겨운 모성애가 빛을 발하며 드라마는 힘을 받고, 여우모녀를 노리는 인간의 추악한 탐욕이 갈등과 긴장을 끌어내고 있다.

청순에서 섹시까지 - '구산댁' 한은정의 재발견

1,2 회를 통해 가장 눈에 띤 것은, 역시나 구미호인 한은정이었다. 극중 구산댁으로 나오는 그녀는, 조신하고 참한 여인으로 분해 청순미를 뽐내고, 어깨선 드러나는 목욕신에선 섹시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딸 연이를 향한 모성애를 무리 없이 표현하는 그녀가 눈부실 정도다.

역대 구미호중에 가장 매력이 넘치지 않나 싶다. 물론 대본과 연출의 힘도 작용했겠지만, 한은정이란 배우 자체의 내공을 무시할 수 없다. 여우같은 미모에 연기력도 출중해, 구미호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캐스팅에 가깝다. 또한 그동안 고착된 이미지였던 커리어우먼, 된장녀 등 현대여성의 캐릭터에서 벗어나, 영화 '신기전'에 이어 '구미호 여우누이뎐'까지 사극에 더 어울리는 배우로 눈도장을 받을 만큼, 한은정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다.

어린 딸 연이와 자매같이 오붓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고, 위기의 순간엔 피 끓는 모성본능을 드러내는 구산댁 한은정의 연기는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포커스인 멜로로 향한다. 자신의 딸 초옥(서신애)을 살리기 위해 연이의 간이 필요한 윤두수(장현성). 그와 비극적 사랑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에 놓인 여인 구산댁을 어떻게 구현해 낼 지 무척이나 기대감을 불러온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다양하게 버무려진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인. 군더더기 없는 발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구미호 여우누이뎐>. 톱스타는 없지만 아역부터 성인까지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구미호 역할에 한은정이, 무서울 정도로 매력을 갖췄다는 게,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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