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내 최대 보수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보도한 언론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 관변단체의 특수성을 짚지 못한 '수박 겉핥기식'보도를 내놨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박종환 한국자유총연맹 중앙회장은 전국시도지부 회장단 70여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내어 '판문점 선언'에 대한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자유총연맹은 성명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환영한다"며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우리 자총의 역할을 여러모로 모색하고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종환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왼쪽)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자유총연맹 본부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자유총연맹)

국내 35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보수 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 '판문점 선언'지지에 나서자 언론은 이를 의미있게 평가했다. 자유총연맹의 이번 성명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며 더욱 화제가 됐다.

그러나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1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론도 자유총연맹의 변신을 굉장히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자총의 변신을 전한 언론보도는 수박 겉만 핥는 보도였다"고 평가했다.

김 평론가는 자유총연맹이 정부 지원금을 받는 관변단체라는 점을 언급하며 2000년 6·15 공동성명, 2007년 10·14선언,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 당국간 회담 제안, 지난 1월 남북고위급 회담 등에도 지지성명을 냈다고 설명했다. 즉, 자유총연맹은 원칙없이 정권의 입장에 따라 성명을 발표하는 관변단체로 언론이 이를 짚지 못한 채 '판문점 선언'에 대한 지지 성명만을 평가하여 반쪽짜리 보도를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유총연맹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10·4 남북공동선언에 환영의사를 표했다. 2013년 6월 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 당국 간 회담에 대해서도 "한반도 정세 변화의 '물꼬'가 트이게 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고 2015년 이희호 여사 방북,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열린 지난 1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도 환영의사를 밝혔다.

김 평론가는 "(자유총연맹은)정권이 교체되면 태도를 돌변해 6·15 공동선언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곳이기도 하다"면서 "자총의 전신은 이승만 대통령이 만든 반공단체다. 언제까지 정부 코드에만 맞추겠나. 남북 화해시대를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한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제대로 변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의 전신은 1954년 출범한 '아시아 민족 반공연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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