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남북이 하나의 표준시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김정은 위원장은 서울 표준시보다 30분 늦는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2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의 환담에서 "평화의집 대기실에 시계가 2개 걸려있었다. 하나는 서울 시간, 하나는 평양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이를 보니 매우 가슴이 아팠다"면서 "북과 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건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 측이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면서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청와대 측은 "표준시의 통일은 북측 내부적으로도 많은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하는 문제임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이렇게 결정한 것은 국제사회와의 조화와 일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이자, 향후 예상되는 남북, 북미 간 교류·협력의 장애물들을 제거하겠다는 결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초청해 핵 실험장 폐쇄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윤영찬 수석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부 핵 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라면서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일부에서 못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북한 핵 실험장의 폐쇄 공개 방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고, 양 정상은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 초청 시점에 대해서는 북측이 준비되는 대로 일정을 협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 실험장 폐쇄 및 대외 공개 방침 천명은 향후 논의될 북한 핵의 검증 과정에서 선제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했다.

이 밖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를 해 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 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갖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영찬 수석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조선 전쟁의 아픈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겠다. 한 민족이 한 강토에서 다시는 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 "결코 무력 사용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우발적 군사충돌과 확전 위험이 문제인데,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방지하는 실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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