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헤어진 후 홀로 딸을 키우고 사는 화가 이자벨(줄리엣 비노쉬 분)은 항상 자신의 운명의 남자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매력적인 이자벨의 곁에는 남자들이 끊이지 않으나, 이상하게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만난 남자들과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이자벨은 다시 무력감과 외로움에 사로잡힌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 클레어 드니와 프랑스 국민배우 줄리엣 비노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렛 더 선샤인 인>(2017)은 제목 그대로, 자기 자신에게서 빛나는 태양을 찾으라는 영화다. 촉망받는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이자벨은 이상하게도 남자,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의존적이고 움츠려 드는 모습을 보인다. 전 남편 프랑수아와 갈라선 이후 한 번도 연애를 쉰 적은 없지만, 이자벨의 연애는 늘 비극적인 코미디로 끝나고 만다.

영화 <렛 더 선샤인 인> 스틸 이미지

만났던 남자들과 헤어질 때마다 상처받고 무기력증에 빠지는 이자벨이지만, 그럼에도 이자벨은 다른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미 부인이 있거나 자신의 가정을 깨트리면서까지 이자벨을 만나고 싶지 않은 남자들은,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 이자벨에게 부담을 느끼거나 그들에게 상처받은 이자벨에게 이별을 통보받는다.

이자벨은 운명의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자벨은 운명의 남자를 만나지 못한다. 대신, 영화는 이자벨의 인생에 있어서 운명의 남자보다 더 중요한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을 남긴다.

“지금은 당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세요. 나 자신, 내 직업 내가 할 일을 하세요. 나머지는 그냥 나둬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내 안에서 빛나는 태양을 찾아보는 거예요.”

영화 <렛 더 선샤인 인> 스틸 이미지

영화 말미,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프랑스의 국민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제라드 드빠르디유가 분한 역술가 데니스는 운명의 남자의 출현 여부를 궁금해 하며 자신을 찾아온 이자벨에게 이와 같은 조언을 건넨다.

이자벨이 데니스를 찾아오기 이전 장면에서 데니스는 자신이 운명이라고 생각한 여자(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 분)에게 차인 바 있다. 이를 통해서 관객들은 데니스의 점치는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미래를 100% 예측하는 역술가는 없다. 이미 정해진 운명과 인연도 있겠지만,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행위가 나 자신을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

과거를 후회하며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하고 기다리기보다 현재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이 운명을 이끄는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면, 더 이상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고 그들 때문에 필요 이상의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 <렛 더 선샤인 인> 스틸 이미지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에서 영감을 얻은 <렛 더 선샤인 인>은 주인공 이자벨이 연이은 사랑의 실패로 괴로워하기보다 이별의 아픔 뒤에도 의연히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기적인 남자들과의 만남에서 여러 번 상처를 받긴 했지만, 이자벨의 삶은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현재를 긍정하는 삶. 지난해 역주행에 성공하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의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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