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슈츠보다 섹시한 자신감 <슈츠> (4월 25일 방송)

KBS 2TV 수목드라마 <슈츠>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로펌 최고 수석 파트너와, 변호사 자격증은커녕 대학 졸업장도 없는 청년. 두 사람이 로펌 파트너가 되었다.

KBS2 <슈츠>는 최고 엘리트 변호사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청년을 파트너로 선택해 일을 한다는 파격적인 설정의 드라마다. 연우(박형식)가 마약을 배달하는 함정에 빠졌다가 우연히 변호사 면접장에 들어가 강석(장동건)을 만나게 되는 설정도 여느 전문직 드라마처럼 평범하진 않다.

진지한 전문직 드라마가 아니라 코믹 법정 드라마. 그 중심에 최강석 변호사가 있다. 누구에게나 굉장히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회장님’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로펌 대표마저 쩔쩔매는 일을 너무나도 쉽게 해결하는 에이스 변호사다.

KBS 2TV 수목드라마 <슈츠>

동료 변호사가 “하루 평균 4시간도 못 자고 7일 동안 140시간 가까이 일하는데 최변(강석)에게만 일을 주느냐”고 대표에게 항의하자, 강석은 이렇게 말한다. “왜냐면 난 하루 평균 7시간 자고 7일 동안 70시간만 일해도 훨씬 더 완벽하고 깔끔한 결과를 뽑아내니까”라고.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처럼 보이지만 끝내 동료와 시청자들을 설득시킨다. 그 당당한 자존심이 굉장히 섹시하다.

“다른 사람 손에 쥐어진 카드가 아니라, 그걸 쥐고 판을 흔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최강석의 대사처럼, 장동건은 <슈츠> 첫 회부터 비주얼뿐 아니라 그 특유의 여유롭고 당당한 태도로 드라마 판을 흔들어 놨다.

승승장구하는 강석과는 달리, 주차요원 연우의 삶은 젊은 나이와 기억력 빼고는 가진 것 하나 없는 삶이었다. 돈 때문에 마약 가방을 운반하다가 우연히 신입 변호사 면접장에 들어가게 된 연우는 강석에게 자신의 정체뿐 아니라 가방 안 마약까지 들켰다.

KBS 2TV 수목드라마 <슈츠>

강석과 연우의 첫 만남은 특별한 장치 없이도 몰입도가 높았다. 마약법까지 줄줄 꿰고 있는 연우와 그런 연우가 흥미롭다는 표정의 강석,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도 당황하지 않고 연우에게 자신을 변호해보라는 강석, 즉석에서 온갖 법령을 거론하면서 끝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한 연우.

그 신은 두 남자의 상반된 삶이자 공통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타고난 자신감의 강석과 타고난 기억력의 연우. 강석은 “합격이다. 네가 법전을 통째로 읽을 줄 안다면, 난 사람을 읽을 줄 알거든”이라면서 연우를 신입 변호사로 선택했다. 누구 앞에서도 절대 고개 숙이지 않는 두 남자가 보여줄 브로맨스가 기대된다.

이 주의 Worst: 몰입 없는 먹방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4월 23일 방송)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또 먹방, 또 백종원.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오프닝부터 청두 야시장의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백종원의 모습을 비춘다. 야시장 장면이 끝나자, 아침의 청두 모습을 보여주면서 빵과 두유를 사먹는 백종원의 모습을 비춘다. 계속해서 장소와 음식만 달라질 뿐, 백종원의 바쁜 손과 먹는 입은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다.

대개 프로그램 첫 회는 기획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출연진과의 사전 미팅 장면을 보여주거나, 인터뷰를 통해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그러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두 먹거리다. 하나의 음식에서 다른 음식으로 넘어갈 때도, 그저 자막으로 음식 이름을 크게 써줄 뿐 다른 연결고리는 없다. 마치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옴니버스 먹방에 가깝다.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백종원에게 의존하는 셈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제작진보다 백종원이 청두 먹거리에 대해 더 많이 알 테니 말이다.

tvN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문제는 프로그램의 속도감이었다. 약 한 시간 동안 선보인 요리가 족히 10가지는 넘었다. 낯선 중국 음식에 대해 백종원의 배경지식을 조금 곁들일 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경우가 많았다. 너무나 많은 음식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나마 마파두부의 유래에 대한 설명만 조금 길었을 뿐이다.

여행 프로그램이라면 속도감 있는 전개가 더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한 음식 한 음식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먹방 프로그램에서는 이 같은 속도감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분명 먹방이 쉴 새 없이 나오고 있는데 몰입은 되지 않는, 그래서 기억에 남는 음식이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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