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인간이 봤을 때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을 보거나 겪을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속설, 소위 말하는 징크스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서,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끼워 맞추는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잘 들어맞는 속설들은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곤 했습니다. 축구에서 역시 '펠레의 저주', '승부차기 징크스' 등 다양한 속설들이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으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너무 믿기도 뭐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재밋거리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속설은 그렇게 무시할 수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신통방통한 동물이 재미있는 속설과 흥미거리를 낳으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월드컵 마스코트인 표범도, 아프리카의 상징인 사자도 아닌 8개 다리를 가진 연체동물 문어입니다. 그것도 남아공이 아닌 '유럽 축구 강국' 독일에 '살고 있는' 문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신통한 예측력을 과시하고 있는 독일 문어 '폴(Paul)'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던 독일 점쟁이 문어 '폴(Paul)'이 월드컵 100% 예언 적중률을 기록하며 신통함을 또 한 번 과시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 오버하우젠시 라이프 수족관에 사는 2살 문어 폴은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 경기 승패를 모두 정확하게 예측해 독일 뿐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과 상대팀 국기가 붙여진 유리 상자에 홍합을 집어넣어 이를 먹는 팀이 이기는 팀으로 예측해 왔는데요. 유로2008 때 80% 적중률을 자랑하며 '점쟁이 문어'라는 별칭을 받기도 했던 유명한 문어였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이번 월드컵에서도 독일이 패한 경기를 모두 예측해 내면서 독일팬들에게는 실망감을, 전세계에는 신기함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유로2008에 이어 이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도 세르비아에 패하는 것을 예측하면서 신통력을 다시 한 번 주목받던 폴은 16강, 8강전에서 잉글랜드, 아르헨티나가 이길 것이라고 족집게처럼 맞추며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모국 독일 축구팬들 역시 폴의 신통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내심 준결승전에서도 독일의 승리를 예측하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폴은 '냉정'했습니다. 준결승 하루 전날 독일 방송사의 생중계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 폴은 스페인의 승리를 예측해 화제를 낳았습니다. 당황한 독일 팬, 언론들은 '폴이 유일하게 틀렸던 경기가 유로2008 독일-스페인 경기였다'면서 애써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폴의 예측대로 독일은 스페인에 패하면서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 꿈이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유로2008까지 포함해 12경기 가운데 11경기를 적중한 폴의 놀라운 예측력이 더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덕에 폴의 주가는 오히려 급상승한 분위기입니다. 일부에서는 경기에 패한 독일인들이 폴을 요리해 먹을 것이라면서 비참한 최후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해외 언론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면서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폴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지난 1966년 도난당했던 줄리메컵을 찾았던 강아지 '피클스'에 이어 또 한 번 동물 스타가 탄생한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대회 흥행을 위해 동물을 활용한 마스코트를 개발하고, 각 팀을 상징하는 동물(프랑스가 수탉을 경기장에 데려오는 사례처럼 말이죠)이 자주 월드컵에 나타나곤 했지만 개성 있는 특징, 의미 있는 일을 벌인 문어 폴의 '활약상'은 아마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전설'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독일이 펼치는 3-4위전 또는 결승전에서 예측을 할 경우, 또 한 번 신통함을 과시하면서 100% 적중의 '위업'을 달성해낼 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또 월드컵 이후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도 유의해서 봐야 하겠습니다. 먹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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