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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이대목동병원 사태 131일, 여전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4.27 13:24

4년 전 차가운 바다의 꽃 같은 젊은 죽음들을 목도했을 때, 그래서 차가운 겨울 거리로 촛불을 들고 나섰을 때 세상 사람들은 다짐했을 것이다. 다시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겠다고. 그런데 여전히 부모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4 명의 아이들. 잠시 세상은 떠들썩했고, 의료진 7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되었다. 그로부터 131일,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은 4년 전 차가운 바다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과 같은 말을 한다. 아이들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세상은 이 아이들의 죽음에 무책임하다고. 

“제가 태어나서 죽은 사람을 처음 봤는데 그게 저희 아들이었어요. 살기 위해 들어간 병원에서 죽어서 나온 게 말이 되냐고요.” -고 조하빈 父母

당시 거의 동시에 죽음을 맞이한 4명의 신생아들을 수사한 경찰은 사인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결론 내렸다. 질병관리본부 역학 조사팀은 지질 영양제 1개를 7개로 나누어 담는 과정에서 균에 오염이 되었고, 그 책임을 물어 지난 3월 30일 주치의와 수간호사가 구속되었다. 구속의 이유는 변질이 쉬운 지질 영양제를 나누어 주사하는 '관행'을 묵인하고, 제대로 된 감염 교육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었다. 

분주의 관행을 낳은 열악한 의료 현실? 과연 그럴까? 

KBS2 <추적 60분> ‘의사의 민낯 -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실’ 편

이대목동병원은 지난 2010년 국제의료기관 평가인증(JCI) 병원이다. 이 국제적 인증 기준에 따라 '환아 1명당 1병씩'이라는 지침 기준까지 변화시켰다. 그런데 현실은 한 병의 주사제를 여러 환아들에게 나누어 주사하는 이른바 '분주'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다. 

“선한 의도가 가중된 의료인에 대해서 나쁜 결과만 가지고 의사들을 중범죄자, 살인자 취급을 하게 된다면 우리 의사들은 중환자 치료에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

이 관행에 의거한 의료 행위를 두고 '구속'이라는 강수를 둔 검경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등의 의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원인을 다르게 해석한다. 현행 건강의료보험제도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 즉 낮은 의료수가와 시스템이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낮은 의료수가와 열악한 의료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인 문제에, 의료진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또한 '분주' 과정에서 주사기나 줄, 그 어떤 곳에서도 세균 감염의 가능성이 있기에, 주사제만을 놓고 세균 감염에 책임을 물 수 없다는 것이 의료진 측의 주장이다. 심지어 극단적으로 부담스런 미숙아를 치료하지 않겠다는 '몽니'조차 등장한다. 

과연 그럴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이 과연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열악한 의료 시스템이 빚어낸 관행만의 문제일까? 유족들은 항변한다. 아이들의 죽음은 그저 '관행'의 결과가 아니라고. 그 진실에 4월 25일 <추적 60분>이 다가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다큐가 조사한 건 방대한 의무 기록과 공개된 적이 없는 질병관리본부의 역학 조사서이다.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관행과, 그 관행에 협잡하는 사회 

다큐가 진실을 알아가기 위한 과정은 '험난'했다. 이른바 '우리'로 똘똘 뭉쳐진 의료계는 다큐가 조사하는 그날의 진실에 대해 한결같이 입을 다물었다. 마치 '내부고발자'라도 되는 양, 제작진을 피하는 동료 의사들. 유족과 죽은 신생아들이 아니라 의료진 입장에서만 구구절절 항변하는 병원이나 피해 의사 변호인을 비롯한 관계자들. 의사들의 증언을 참조할 수 없었던 제작진이 어렵사리 얻은 도움은 의사가 아니라, 의사 출신의 의료계 소송을 전담하는 ‘변호사’였다.

KBS2 <추적 60분> ‘의사의 민낯 -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실’ 편

비록 전직 '의사'였지만 변호사는 의료기록과 역학 조사서를 보고 한눈에 당시의 상황이 '관행'만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짚는다. 그런 변호사의 의심에 유족들의 증언이 더해진다. 당시 신생아에게서 심박수 증가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사망에 이르기 5시간 전이다. 유족은 아이의 이상에 대해 의료진에 문의했지만, 신생아실에서 돌아온 답은 '면회 시간'이 끝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당시의 신생아 상태가 '코드 블루'의 위급 상황이었으며, 그 상황에 의료진이 조금 더 신속하게 대처했더라면 어쩌면 아이들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내놓는다. 

“로타 바이러스가 어떻게 보면 경고였을 수도 있죠. 감염관리가 엄청나게 지금 문제가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징표잖아요. 그런데 그 기회를 또 무시를 한 거예요” -사망한 신생아 부모

그렇다면 심박수 증가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난 그 시간으로부터 5시간 여, 신생아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가? 과연 아이들은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받았던 것일까? 이에 대해 다큐는 의문을 제기한다. 당시 신생아실 전담 의료진은 10여 명이 넘었지만, 무단으로 자리를 이탈한 의료진이 있는 가운데, 불과 다섯 명 정도의 의사, 그것도 전공의 1년차와 3년차의 의사들이 몇십 명의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첫 면회 시 자신들이 의료진의 말에 따라 병실을 나오지 않고 윽박질러서라도 의료진을 닦달했더라면, 아이들의 목숨을 살리지 않았을까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문제는 당시 상황 이전에 있었다. 아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건 지질 영양제의 분주라는 관행이었지만, 주목해야 할 건 미숙아들에게 지질 영양제를 주입해야 하는 그 '상황'이라고 다큐는 지적한다. 그리고 거기서 등장하는 건, 영유아 장염의 원인인 '로타 바이러스'이다. 

대부분 경미한 증상에 그치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신생아나 미숙아들에게 치명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로타 바이러스. 그런데 당시 신생아들 16명 중 13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쌍둥이 중 한 명을 잃은 부모는 뒤늦게 자신의 아이가 '로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다른 병원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KBS2 <추적 60분> ‘의사의 민낯 -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실’ 편

장염에 걸린 아이들이 설사로 인해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공급되는 것이 지질 영양제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퍼펙트 사건'이라 한다고 한다. 즉 더러운 가운, 치킨 등을 신생아실에서 시켜먹는 감염에 무지한 환경, 의료수가를 핑계로 하나의 주사제를 나누어 공급하는 '분주'의 관행, 지질 영양제와 같은 변질되기 쉬운 주사제를 상온에 오랜 시간 방치해 두는 불철저한 의료 행위, 그리고 현장에서 이탈한 의료진과 부족한 일손으로 인한 코드블루 상황에 대한 적절하지 못한 대처. 이 모든 것들이 아귀처럼 맞물려 4명의 신생아들에게 죽음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을 초래한 당사자들-의사도 간호사도 병원도, 의료계 그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법적인 책임은 물론 도덕적인 책임조차 지려 하지 않는다. 이 사건만이 아니라 엑스레이 사진이 바뀌는 등 문제가 빈번했던 이대목동병원은 4년의 기한이 정해진 국제의료기관 평가 인증 병원이다. 의사는 책임 대신 변호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피해갈 궁리만 한다. 의료계는 특권적 사고방식에 사로 잡혀 관행만을 핑계 댄다. 아이들이 4명이나 죽었지만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단다. 심지어 미숙아들은 잘 죽는다고, 세월호 부모들처럼 아이들 시체 장사를 한다고 '협잡'한다. 부모들은 말한다. 

“의사들이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죽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의사들한테 오히려 고맙다고 해야죠. ‘최선을 다해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의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유가족들은 그 원인에 대해서 찾아갈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없다는 거예요” -사망한 신생아 부모

최선을 다했다면 아이들이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러지는 않는다고, 오히려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했을 거라고. 하지만 여전히 특권은 기세등등하고, 책임은 멀다. 지각 있는 의료계 인사들은 안타까워한다. 관행이라는 편의를 제쳐두고, 우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또 다시 이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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