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와 TV조선이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 중 '통영바다 문어냉채'에 대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인 통영의 특산물이라는 이유로 '재 뿌리기' 보도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윤 작곡가가 연루된 '동백림 사건'이 박정희 정권의 '부정선거 규탄시위 무력화'사건으로 결론 났음에도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윤이상 메뉴'로 또다시 종북몰이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과 26일 기사, 기자수첩, 칼럼 등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5일 <'DJ민어''노무현 쌀''윤이상 문어'…정치색 듬뿍 친 만찬메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만찬도 이념 편향적', '탁현민 스타일의 과도한 의미부여'라는 야당 측 비판을 전했다.

<'DJ 민어' '노무현 쌀' '윤이상 문어'… 정치색 듬뿍 친 만찬메뉴> 조선일보 4월 25일. 북한/한반도정세 04면.

특히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이날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 중 한 명으로 윤이상을 선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며 "윤이상은 세계적인 작곡가로 평가받지만, 친북 활동으로 비판을 받았다"고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 김정숙 여사가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윤이상 묘에 심는 등 현 정부는 윤이상에게 각별한 공을 들여왔다"고 해 현 정권이 '친북'작곡가 윤이상을 크게 기리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이용수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는 '기자의 시각'에서 "(청와대가)윤씨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등과 동급의 통일운동가로 평가한 것"이라며 "하지만 윤씨는 '세계적 작곡가'란 평가와 '친북 예술인'이란 비판이 엇갈리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씨는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다. 1995년 사망 때까지 이적단체에서 활동하며 20여차례 입북했다"고 비판했다.

26일에도 조선일보의 비판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만물상'칼럼 <북과는 화해, 남우파는 배제한 메뉴>에서 "7500만명 생사가 달린 '비핵화'회담을 '맞선 이벤트'처럼 포장하는 느낌"이라면서 "전직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노무현 두 사람의 고향 식재료만 골랐다. 1972년 남북 공동성명의 박정희 대통령,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주역 노태우 대통령의 고향 음식은 왜 자격이 안되나. 그러곤 김일성을 '우리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로 치켜세운 윤이상을 포함시켰다"고 비난했다.

[萬物相] 北과는 화해, 南우파는 배제한 메뉴. 조선일보 4월 26일자 오피니언 34면.

'동백림 사건'(동베를린사건)은 1967년 당시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대규모 공안사건으로 윤이상 작곡가, 이응로 화백 등 예술인·대학교수·공무원 등 194명이 옛 동독의 베를린인 동백림을 거점으로 대남적화 공작을 벌였다며 처벌당한 사건이다. 당시 수사당국의 동백림사건 발표에 의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부정선거 규탄시위는 냉각됐다고 평가된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동백림 사건을 조사한 결과 박정희 정권이 사건을 국가보안법과 형법상의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해 사건의 범죄사실을 확대·과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조사과정에서 불법 연행과 가혹행위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윤이상 작곡가는 석방 이후 해외민주화 운동에 힘쓰며 통일운동을 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윤 작곡가는 한국민주민족통일해외연합 유럽본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해외본부 의장 등을 맡아 사회운동을 이어갔다. 윤이상 작곡가의 유해는 지난달 통영에 안장됐다.

민언련은 "동백림사건에 연루된 사람 중 최종심에서 간첩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박정희 정권 정치공작 피해자인 윤이상 작곡가의 삶의 행적을 그저 '친북인사'로 '요약'하여 전달했다. 조선일보의 사고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대북접촉과 동조행위를 과대 포장해 범죄사실을 확대 과장했던 '박정희 정신'에 머물러있음을 보여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TV조선 역시 지난 25일 <평가 엇갈리는 윤이상, 평화 통일에 기여?>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윤 작곡가에게는)'친북인사'꼬리표도 따라붙는다. 윤이상은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며 "훗날 범죄 사실이 과대 포장됐던 걸로 드러났지만 석방된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고국 당은 밟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화면에 '윤이상 칭송에 적극적인 북한', '윤이상 음악당·연구소·악단 만들어', '윤이상 20차례 입북…김일성 만나'등의 자막을 깔며 조선일보의 논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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