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환담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10년 동안 못다 한 얘기를 나누자"고 했고, 김 위원장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가자"고 밝혔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악화일로를 걸었던 남북관계에 대한 두 정상의 동일한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27일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만난 남북 정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을 언급하며 남북 평화를 위해 합의를 이뤄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먼저 발언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은 "제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200미터 짧은 거리를 오면서 사람이 넘기 힘든 높이로 막힌 것도 아니고 너무나 쉽게 넘어오는데 여기 역사적 자리까지 11년 걸렸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렸나, 왜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이 자리에서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고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발표돼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을 가지고도 좋은 결과가 좋게 발전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에게 낙심을 주지 않겠나"라면서 "앞으로 정말 마음가짐을 잘 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그런 의지를 가지고 나가면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가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런 생각도 하면서 정말 만감이 교차하는 속에서 우리가 200미터를 걸어왔다. 오늘 이 자리에서 평화와 번영, 문화관계가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 그런 순간의 출발점에서 출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왔다"면서 "오늘 현안 문제들, 관심사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를 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앞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지난 시기처럼 또 원점에 돌아가고 이행하지 못하고 이런 결과보다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 잡고 가는 계기가 돼서 기대하시는 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자"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정말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이런 마음가짐으로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얘기하고 반드시 필요한 얘기해서 좋은 결과 만들어내겠다는 걸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말씀드리고, 기자 여러분들한테도 말씀드린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만남을 축하하듯이 날씨도 화창하다"면서 "한반도의 봄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판문점에 걸려있다. 남북의 국민들, 해외 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면서 "그만큼 우리 두 사람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 넘어오는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면서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김정은 위원장의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우리 대화도 그렇게 통 크게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하루종일 얘기하는 시간이 있는 만큼 10년 동안 못다한 얘기들을 충분히 나누자"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만찬 음식을 얘기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오기 전에 보니 저녁 만찬 음식 가지고 많이 얘기하던데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다"면서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을 멀리서, 멀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위원장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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