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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정쟁거리 삼아선 안된다비핵화 구체적 합의 이루기 쉽지 않아…보수세력 꼬투리 잡기 예상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4.27 09:46

2018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인 날이 밝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으로 온다. 오전 일정을 끝내고 북측으로 돌아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후 다시 월경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기념식수를 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사실상의 단독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이 부분이 이번 정상회담 일정의 핵심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6일 브리핑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해 “뚜렷한 비핵화 의지를 명문화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이것이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함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번 회담이 북한이 군사적 핵 능력을 실질적으로 완성하기 전이었던 이전의 정상회담과는 다른 상황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핵화에 대한 이번 회담의 합의 수준에 대해 “가장 핵심은 정상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졌다”고 했다. 

27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반갑게 만나 손을 맞잡았다.(연합뉴스 화면 캡처)

임종석 비서실장의 이 발언은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다. 보수세력은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 있다. 과거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은 미군 전술핵무기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합의하더라도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제대로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미군 전술핵무기 철수 이후에도 비핵화와 관련한 여러 논의가 진전돼왔다는 점을 일부러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주장 자체를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실제로 북한은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의 로드맵이나 최소한 완료 시점 등이 확인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시각엔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 쟁점이 타결되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한 구체적 쟁점은 결국 북한과 미국의 협상 과정에서 해소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를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로 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관한 합의는 원론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가장 크다. 다만 그러한 한도 내에서라도 최대한 진전된 입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언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굳이 그 ‘진단’을 본인이 나서서 실제로 강조한 것에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나름의 확신이 있기 때문인 걸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꼭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언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27일자 보수언론 지면의 보도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기준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한 입장을 어느 수준에서 언급할 것인지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논조가 대부분이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발언은 합의 수준이 기대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주도한 남북정상회담이 실패했다는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만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들이 예상한 것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가 나온다면 보수언론도 성과를 인정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을 지나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으로 향하며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그런 상황이 될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보수세력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깎아 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돼있기 때문이다. 비핵화에 대해서도 어떤 합의가 이뤄지든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핵 폐기가 아니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세력의 꼬투리잡기는 꼭 비핵화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나올 수도 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 리명수 조선인민군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을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은 “처음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직후에만 해도 남북정상회담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잡히면서 논의가 급진전된 측면이 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조치를 조선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핵동결’로 간주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핵동결과 비핵화의 2단계 방법론에서 1단계의 조건이 상당부분 충족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 남북정상회담의 성격은 2단계인 비핵화 관련 합의가 도출돼야 하는 쪽으로 바뀌는데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이번에는 충분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한 추가 조치가 모색될 필요가 있고 그게 북한 군부의 핵심들이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근거가 된 게 아닌가 추정한다.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의 경계소초(GP)나 중화기, 지뢰 철수 등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협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해 우발충돌 방지 및 군사분계선 일대 선전활동 중지 등의 조치가 논의될 수도 있다. 10.4 선언의 이행을 위해 노력한다는 등의 형태로 공동어로수역 및 평화수역 지정 등의 문제에서 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

군사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남북연락사무소 설치가 합의된다면 이는 이후 민간교류 활성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로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남북관계 진전 등을 꼽고 있다. 경제협력 등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연락사무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면 결국 경제협력 논의는 재개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이다.

보수세력은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과거 불행한 사건을 반복 언급할 것이다.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박왕자 씨 피살 사건 등이 주요 소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과거의 문제를 이제는 잊자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북한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되면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회복돼야 그러한 사건에 대한 책임도 제대로 물을 수 있다. 원수와 어찌 겸상을 하느냐는 식의 감정적 대응은 곤란하다.

보수세력의 움직임은 다분히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공학’에 종속시키고 기만적으로 행동해온 것은 오늘날 보수정치의 파탄을 불러온 핵심 원인이다. 이를 청산하지 않으면 지방선거가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수정치의 미래 자체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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