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거둔 성과 가운데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세대교체 성공을 들 수 있습니다. 세계 축구계가 전반적으로 기술 좋고 퓨전 축구에 능한 젊은 선수로의 '권력 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서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 흐름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이며 나름대로 성과도 냈습니다. 기성용, 이청용 등 해외 경험이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 주축 요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비록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이승렬, 김보경도 막판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는데요. 강한 팀을 상대해 주눅들지 않는 자신감으로 첫 월드컵 경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들은 앞으로 한국 축구 10년을 이끌어 갈 차세대 주역으로서 밝은 미래를 내다보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세대교체가 끝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4강까지 오른 독일 대표팀처럼 꾸준한 선수 발굴과 인재 양성을 통해 보다 더 실력 있는 젊은 선수들을 가꿔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세대교체는 딱 시간을 정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이면서도 중단 없이 이어져야 진정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 구자철 ⓒ연합뉴스
다행히 한국 축구에는 지난 해 U-20(20세 이하), U-17(17세 이하) 월드컵 8강을 통해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할 만 한 선수들을 대거 발견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또 U-14(14세 이하) 아시아 대회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술, 조직력으로 '진짜 아시아 강팀'다운 면모를 보여준 젊은 선수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월드컵 경험자들과 청소년 무대를 통해 세계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젊은 태극전사들의 고르게 어우러지는 활약에 많은 사람들은 꾸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 월드컵 이후에도 지켜봐야 할 젊은 선수를 꼽는다면 바로 현재 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는 대표 선수들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는 지금 당장 성인 대표팀에 들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습니다.

월드컵 엔트리 경쟁에서 막판 아쉽게 탈락한 구자철(제주)은 차세대 중원 사령관으로서 허정무호에 자주 오르내렸던 유망주였습니다. 성인 대표팀에 아쉽게 탈락한 뒤 곧바로 올림픽 팀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존재감이 대단한 구자철은 이번 월드컵에서 낙마한 아픔을 딛고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4년 뒤를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 구자철, 이승렬, 김보경과 더불어 U-20 월드컵 8강을 함께 이끌어 낸 김민우(사간 도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생 선수로서 지난해 높은 골 결정력과 재능 있는 측면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김민우는 일본 J2리그에서 조금씩 성장하면서 성인 대표팀 진출을 노크하고 있습니다. 또 공격수로서 성장 잠재력이 여전히 좋은 조영철(알비렉스 니가타)이나 박희성(고려대), 중앙 철벽 수비를 책임질 김영권(FC 도쿄), 홍정호(제주) 등도 미래가 기대되는 태극전사들입니다. U-17 대표 시절, 축구 천재라는 말을 들었다가 오해 섞인 발언 때문에 잠시 아픔을 겪기도 했던 윤빛가람(경남)은 '새내기 조련사' 조광래 경남 감독을 통해 도약을 꿈꾸며 차세대 스타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 윤빛가람 ⓒ연합뉴스
네덜란드 리그에 일찍 진출하면서 명문 아약스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석현준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미 '2014년 월드컵 투톱은 박주영-석현준'이라는 말이 오갈 만큼 공격 본능과 파괴력이 일품인 석현준은 유럽 무대 활약을 통해 더 높은 성장을 꿈꾸는 예비 스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또 '작은 거인' 남태희(발랑시엔) 역시 빠른 발과 높은 지능을 활용한 활발한 측면 공격으로 4년 뒤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K-리그 무대를 통해 과감하고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이며 '겁없는 10대 공격수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지동원(전남)도 주목해 볼 만 한 선수입니다. 적어도 앞으로 4년 동안 소속팀에서의 활약은 물론 올림픽팀, 성인대표팀 등을 통해 꾸준하게 경험을 쌓고 기량을 다듬는다면 한국 축구에서 '공격수 부재'같은 말은 더 이상 안 들어도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룬 뒤에서야 태극전사들이 해외 유수 팀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는 것과 대조적으로 2010년에는 이미 유럽 선진 축구를 경험한 뒤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잘 갖춰진 인프라에 맞춰 무럭무럭 성장하는 선수들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선진 축구를 배우는 선수들이 늘면서 창의적이고 지능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지고, 체계적인 틀 안에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여 실력을 쌓게 되면서 보다 탄탄하고 기술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얻었습니다. 이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 등을 발견할 수 있었고 앞으로 이 같은 선수들 또는 이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을 접하게 되면서 한국 축구가 세계적 수준에 걸맞게 서서히 진화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질적으로 달라진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선수 개개인 그리고 팀 전체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축구계가 제대로 된 환경 조성을 해주고 덩달아 꾸준하게 좋은 전력을 갖춘 대표팀의 면모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적어도 현재 곳곳에 뿌리내려 있는 유망한 선수들의 기량만 놓고 보면 말입니다. 2002년 4강, 2010년 원정 첫 16강 이상의 쾌거를 2014년 브라질, 또는 올림픽이나 클럽 대항전 등에서도 보여주는 한국 축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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