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자유한국당이 네이버 본사를 찾았다. 네이버가 댓글 조작을 방조·묵인했다며 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의 기사 배치나 검색어 동향 등을 종합해서 볼 때 분명 보수에 가깝다고 평가된다. 그런 네이버를 자유한국당이 공격하는 모양새가 왠지 어색하고, 의아하게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한국당이 네이버를 때리는 것이 진심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더 있다. 현장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윤영찬 수석이 네이버 부사장이었단 사실은 온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이다. 댓글공작을 묵인하고 방조한 네이버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비상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떻게든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결시키려는 집요한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혹을 전가해보려는 ‘아니면 말고’ 식의 규탄을 위해 불편을 감수할 정도로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집착은 심각한 상태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사건에 과한 에너지를 쏟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떻게든 댓글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등은 인터넷 실명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거나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역시 포털의 기사 댓글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사 댓글은 21세기 여론형성의 중요한 통로가 된 지 오래다. 부작용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순기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시민들의 자발적 댓글참여는 언론의 지평을 바꾸어 놓았다. 그 결과 과거처럼 언론이 말하는 것이 곧 여론이라는 공식이 무너졌다. 진짜 시민의 말이 여론이 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그것은 반대로 언론과 정치가 여론을 독점하는 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시민 개개인이 직접 여론형성에 참여하게 되자 세상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되었다. 이는 시민들의 정치와 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댓글정치 혹은 시민언론의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시민언론의 등장으로 제도권 언론은 매우 불편해졌으며, 언론이 밀어주는 정치인은 더 아쉽게 됐다.

[팩트체크] 네이버 댓글 개선안, 실효성 따져보니…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인터넷 실명제가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 인터넷 실명제는 시행 5년 만에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에서 전원일치 위헌 결정을 선고받았다. “실효성도 없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미 위헌판정을 받은 법안을 다시 낼 정도로 보수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불편하고, 못마땅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정치참여를 대의기관인 국회가 제한하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큰 모순인가.

자유한국당도 이번 드루킹 사건이 특검으로 몰아갈 정도로 뭔가 대단한 배후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댓글 정치를 적어도 지방선거만이라도 위축시켜 보겠다는 의도일지 모른다.

네이버가 모두에게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미봉책도 못 되는 허술한 대안을 내놓은 것이 수상쩍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문제가 된 매크로와는 전혀 무관한, 일반 시민들의 댓글 참여만 불편하게 만든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특급 포털 네이버가 몰라서, 능력이 부족해서 이런 미봉책을 내놓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봉책이라고 두들겨 맞을 바보전술을 통해 네이버의 영리함을 발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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