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과 탈세 의혹으로 확산된 가운데 '국민연금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 총수 일가를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투자한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여론에 대해 적극 동의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26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자다. 투자한 기업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한진총수 일가가 사고를 쳐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면 국민연금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연합뉴스)

이어 이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은 기업의 재무적 위치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ESG, 비 재무적 리스트도 잘 해야 한다"며 "단순 투자를 넘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인사경영권을 취하면서 경영권 참여에 준하는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게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자율 행동 지침이다. 총수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이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오는 7월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은 12.45%로 한진칼(29.96%)에 이어 2대 주주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1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도 11.81% 가지고 있어 총수 일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반면 한진그룹 총수 일가 중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조양호 회장으로 0.0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한진칼 보유 지분(24.79%)을 통해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다. 때문에 대한항공,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오너 일가를 견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이다.

한편,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2대 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해 조양호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소액 주주들의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4일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에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각종 불법·비리 행위로 인해 대한항공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소액주주를 모아 총수 퇴진 운동을 벌이자"는 한 법률사무소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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