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네이버가 뉴스댓글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25일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댓글 개편안을 내놨다. 네이버는 계정당 공감수를 무제한에서 하루 50개로 제한하고 10초 간격을 두고 공감을 클릭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24시간 기준 댓글수는 기존의 20개를 유지하지만, 동일 기사에 댓글을 3개까지만 달 수 있도록 했다. 동일 댓글 반복 게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댓글 작성 간격을 10초에 60초로 늘렸다.

▲네이버 로고. (사진=네이버)

그러나 댓글 정렬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네이버 측은 "댓글정책이용자패널 논의를 거쳐 5월 중순께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댓글 작성자 정체성 강화와 소셜 계정을 통한 댓글 작성, 공감·비공감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이슈가 된 아웃링크 방식 도입에 대해서는 언론사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언론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서 관련 의견을 듣고 어떤 방식을 취하는 것이 현명한지 최대한 빨리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언론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별 의미가 없다. 이미 불법적으로 아이디를 만드는 환경이 조성돼있는데, 계정마다 댓글, 공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여론조작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뉴스 아웃링크 방식 도입과 공감순 정렬을 여론조작 방지 방안으로 제시했다. 최 교수는 "아웃링크로 네이버가 뉴스장사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다보니, 댓글과 공감은 대체로 네이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최 교수는 "조작된 댓글이 사실처럼 인식돼 사람들이 정말 여론이라고 생각해 영향을 받는다"면서 "언론사에 들어가서 기사를 보게 하고, 댓글도 펼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게 하는 기능을 도입하면 조작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봉 교수는 "공감, 추천 기능은 삭제해야 한다"면서 "댓글을 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지만 공감 기능은 표현의 자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지금 메크로 댓글조작의 주 타깃은 공감"이라면서 "트래픽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네이버가 굳이 끝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선호 고려대 교수도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고민이 없는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급하게 대응하다보니 내놓은 대책 같은데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댓글 수를 줄이고 공감 클릭에 제한을 두는 등의 대책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된 것만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호 교수는 포털이 책임을 갖고 댓글 운영정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댓글을 조작하려고 하는 이유는 공감을 많이 받는 댓글이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사람들의 의견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선호 교수는 "결국 어떤 댓글은 몇만 명이 읽고, 어떤 댓글은 아무도 읽지 않는 구조가 문제다. 무조건 공감만 많이 받으면 노출이 유지되기 때문에 여론조작의 타깃이 되는 것"이라면서 "댓글의 퀄러티가 같다고 가정하면 그런 의견들이 노출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부분에 대한 정교한 운영원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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