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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더해가는 드루킹 특검포털 댓글만 문제다?...신뢰 무너뜨리는 보도 형태는 뭔가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4.25 08:19

여야가 ‘드루킹 특검’에 합의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질문을 바꿔보자. ‘드루킹 특검’을 해야 하는 상황일까? 유감스럽게도 특검 수사의 명분은 계속 쌓여가고 있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 등이 24일 밝힌 바를 보면 그렇다.

이들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직전인 지난 3월 드루킹의 느릅나무 출판사가 불법선거운동을 위한 유사선거사무소로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나섰다. 홍보성 댓글을 작성한 걸로 추정되는 아이디를 쓴 19명과 136개 관련 계좌를 확인해 경공모 명의 4개 계좌에 8억원이 입금됐고 이중 2억5천만원이 일명 드루킹 김모씨와 다른 관계자에게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다. 선관위는 5월 5일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6개월 뒤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나름대로 불기소 처분을 한 맥락이 있을 것이다. 계좌에 8억이 있든 10억이 있든 중요한 것은 돈의 성격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당시 검찰은 이 돈을 드루킹 일당이 운영하는 쇼핑몰인 ‘플로랄맘’에서 파는 물품 등을 판매한 돈과 강연비 등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물론 보수세력은 미진한 수사였다고 주장한다.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에 근거가 갖춰지려면 이 돈과 여당 또는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와의 연결고리가 드러나야 한다. 이를 확인하려면 경찰 수사부터 제대로 진행돼야 하지만 이미 시작부터 잡음에 휘말려있다. 경찰은 24일에야 이 사건 관련 당시 검찰의 수사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특검은 여당이 동의할 때에만 가능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KBS 정강정책연설에서 야당들의 특검 수사 요구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얼마든지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을 정쟁거리로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지금이라도 야당은 국회 보이콧을 중단하고 추경안 통과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의 반대론자들은 크게 세 가지 논리에서 특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첫째는 사안 자체가 그리 중대하지 않아 애초에 특검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나 더불어민주당이 드루킹 등의 여론조작 활동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 의혹 수준에서도 합리적으로 제기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셋째는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들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것이다. 진실 규명이 아니라 지방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키우고 보수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특검 수용은 이러쿵 저러쿵 해도 결국 정치적 결단일 수밖에 없고 ‘야당의 의도’가 결정적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반대 논리로서는 다소 빈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저런 조건부 수용 논리가 제기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경우 24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연결에서 “야당이 이것을 드루킹의 어떤 댓글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 부분을 엄정하게 취급하는 차원에서 특검을 얘기한다면 들어볼 수 있지만 대선에 불법적인 댓글 조작이 있었던 것처럼 규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정통성을 직접적으로 거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같은 당 이철희 의원도 이날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특검을 진실규명의 수단으로 본다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선거용이고 남북정상회담을 훼방 놓기 위한 하나의 프레임으로 작동시키는 거니 이런 부분은 정리를 하자는 것”이라며 “국회 열어서 국민투표법 빨리 통과시키고 추경도 하고 남북정상회담을 위해서 분위기도 만들어주면서 하자고 하면 못할 일이 뭐있겠는가”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느릅나무 출판사 앞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특검을 수용한다면 국회는 바로 정상화될 것”이라며 “추경과 개헌을 포함한 정국현안에 대해 긴밀한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여의도 정치에서 이런 약속이야 안 지키면 그만이지만 적어도 서로 명분의 차원에서 어떤 의견 접근이 가능한 수준은 확인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23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드루킹 논란 특검 도입을 위한 야 3당 대표ㆍ원내대표 긴급회동에서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지도부가 댓글조작 관련 특검 도입,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에 합의한 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도 신실한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보수세력은 ‘똥 묻은 개와 또 다른 똥 묻은 개’의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다 두고 있다. 지난 18일 TV조선 기자가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침입해 태블릿PC와 USB 등을 들고 나온 사실이 그렇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9일 “태블릿이 없을 것이라는 단정은 아직 이르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는 드루킹 사건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등치시키기 위한 발언이다. ‘내로남불’ 주장을 위해서는 ‘로맨스’와 ‘불륜’의 공통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태블릿PC’로 표현한 거다. 이 발언은 김성태 원내대표가 TV조선의 태블릿PC 입수 사실을 이미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2일 KBS <일요토론>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언론 보도 내용의 출처 논란에 대해 “TV조선은 직접 저희와 같이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했던 겁니다”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보수세력이 무엇을 위해 침소봉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연 이 사건을 진지하게 다루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건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전 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안철수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인터넷 여론 조작의 최대 피해자를 자처하며 물을 만난 고기처럼 움직이는 중이다. 고문보다 여론조작이 나쁘다고 한 데 이어 드루킹 일당이 만든 블로그인 ‘경인선’을 문재인 대통령이 알았는지 답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24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 조직을 직접 알고 있었다는 게 동영상으로 나왔다. 그러면 과연 당시 문재인 후보도 몰랐겠느냐는 질문은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의원이 이런 주장을 편 것은 여론조작의 문제 해결보다는 차기 대선까지 이르는 과정을 놓고 이 기회에 재미나 좀 보자는 생각인 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정숙 여사와 ‘경인선’의 관계에 대한 근거는 “경인선에 가자”고 했다는 말 한 마디 밖에 없다. 이는 조선일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사실이다. ‘경인선’들은 겉으로 ‘선플’을 달겠다는 둥 명분을 내세웠으므로 ‘경인선의 존재를 알았다’는 게 ‘조직적 댓글 공작을 용인한 것’으로 바로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그런데도 단지 김정숙 여사의 발언 하나만 가지고 공작 프레임을 덮어 씌웠다. 조선일보는 23일 드루킹이란 사람이 이어마이크를 끼고 있는 사진 한 장을 갖고 <“이어마이크 낀 드루킹, 경선장 지휘하듯 보여”>란 제목을 달아 지면에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비상식적인 보도 행태에 안철수 전 의원은 별 문제의식도 없이 올라탄 것이다.

사실 ‘여론 조작’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은 정치권 전체가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대안으로 내놓은 실명제, 아웃링크 전환, 포털 뉴스 사업 폐지 등은 위헌이거나 실효성이 없다. 그나마 포털 뉴스에 댓글을 없애자는 제안은 고려해볼 가치가 있지만 이 역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이 난리통의 근본 원인은 신뢰할만한 매체 환경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언론 권력의 자리를 넘보는 포털의 문제는 백 가지도 지적할 수 있지만, 각 언론사 홈페이지 기사 배치보다 이런 저런 논란이 있더라도 차라리 네이버 뉴스 페이지가 더 공정해 보이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사람들이 신뢰할 수만 있다면 댓글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런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흉은 앞에서 본 조선일보와 같은 보도행태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기성언론은 뒤로는 자신들의 이익 확대에 골몰하면서 포털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게 잘될 것처럼 주장한다. 그리고 정치권은 이에 편승한다. 특검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는 별개로 이런 대목에 대해서도 정치권 나름의 해법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만 누구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게 이 사건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비극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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