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 씨가 운영하던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절도행각이 벌어졌다. 특히 절도범 A씨가 출판사 사무실에 처음 들어갈 당시 TV조선 기자가 동행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오후 자유한국당 댓글조작진상조사단(단장 김영우 의원.앞줄 맨 왼쪽)이 문재인정부 비방댓글과 추천 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 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23일 복수의 언론은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A씨가 언론사 기자와 동행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느릅나무 사무실 절도범이 3차례 절도 행위를 했다"면서 "첫번째는 모 언론사 기자와 함께 들어가 절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A씨와 함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간 기자는 TV조선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자는 지난 18일 새벽 출판사 사무실에 들어가 경찰 압수수색 이후 현장에 남아있던 USB와 태블릿PC, 휴대폰을 각 1개씩 들고 나왔다. 이는 야간주거침입에 해당한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TV조선은 <뉴스9>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TV조선은 "A씨가 본사 수습기자에게 자신이 이 건물 3층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공모 회원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면서 "자신이 건물주로부터 관리권한을 위임받았으니 사무실에 같이 들어가자고 제안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TV조선은 "본사는 18일 아침 이 사실을 보고받고 수습기자에게 즉각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으라고 지시했으며 반환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보도에는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대해 현재 경찰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충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은 "드루킹 사건이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도 초기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해 왔으나 이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사무실 침입 경위를 기자의 권유라고 진술해 다툼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TV조선으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앞서 자유한국당 스스로 TV조선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KBS 일요토론에 출연한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찰도 수사를 하고 있겠지만 언론도 느릅나무라든지 드루킹 관련자를 (취재하고 정보가) 들어온다"면서 "언론도 먼저 쓴다. 그러니까 경찰이 따라오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 토론자로 출연한 최민희 전 의원이 "내가 본 언론기사는 모두 다 경찰발이었다. 한겨레도, TV조선도 경찰발"이라고 반발하자, 박성중 의원은 "경찰발 기사도 있지만 상당수 언론이 먼저 쓰고 있다"면서 "TV조선은 직접 저희들과 같이 해서 경찰보다 훨씬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최민희 전 의원이 "지금 자유한국당하고 TV조선이 뭐 하고 있다는 말씀이시냐"고 따져 물었고, 박성중 의원은 "손잡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진행하는 자유한국당. (연합뉴스)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도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할 만한 의심의 단초를 제공한다.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김 원내대표는 "태블릿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직접 '태블릿PC'를 언급했다.

TV조선이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태블릿PC, 휴대폰, USB 등을 가지고 나왔던 시점은 18일 새벽이다. TV조선으로부터 많은 자료를 제공받았다는 박성중 의원의 발언까지 함께 고려해보면,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이 사실에 근거한 발언이란 합리적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TV조선 수습기자가 지난 18일 드루킹의 핵심 근거지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무단침입해 태블릿PC와 USB를 절취했다는 사실에 그저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단순한 취재 욕심이라고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수습기자 차원의 일탈이라고 볼 수는 더욱 없다"면서 "오늘 대선불법댓글조작사건이라고 일부 야당이 규정하듯 어떠한 그림과 계획을 갖고 이번 드루킹 사건을 규정하면서 이에 맞춰 수사기밀이 유출되고 무단침입과 절취가 자행됐다고 볼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를 대선 불법댓글 조작사건으로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특검까지 도입해 수사하게 하려는 수사유도사건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현 대변인은 "드루킹과 관련된 각종 허위, 과장보도를 위해 절도범과 언론이 손을 잡은 것이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권력과 언론이 결합된 최악의 권언유착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대변인은 "경찰은 해당 기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어떤 USB와 태블릿PC를 훔쳐갔는지, 누구의 지시를 통해 절도에 관여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촉구한다"면서 "해당 기자로 인한 증거인멸행위가 없었는지 수사를 통해 사실 그대로 국민에게 고해야 할 것이다. 허위과장보도를 위해 불법을 권유하며 억지기사를 양산하는 언론사의 행태, 국민과 함께 반드시 바로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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