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만 여명으로부터 약 1조 1000억 원을 빼돌린 IDS홀딩스 사건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가짜 변제안' 사건의 대위변제자로 이름을 올렸던 한 모 씨가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기 때문이다. 한 씨는 IDS홀딩스의 은닉자금의 출처를 알 수 있는 유력한 인물로 손꼽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일 경찰은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한 씨를 구속했다. IDS홀딩스 피해자들이 지명수배가 내려져있던 한 씨의 소재를 파악해 경찰에 알렸고, 경찰은 한 씨를 체포해 구속시켰다. 한 씨는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로부터 범죄은닉자금을 받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씨는 지난해 2월까지 구치소에서 사기 혐의로 복역하다 같은 구치소에 복역하면서 재판을 받던 김성훈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한 씨가 사기 행각을 벌여 갚지 못한 1억 원을 대신 변제했고, 석방된 한 씨는 김 대표의 대위변제안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IDS홀딩스 대위변제자 한 씨는 김성훈 '구치소 동기')

지난해 8월 IDS홀딩스는 '알텀캡'이란 회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피해금을 변제하겠다는 변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변제안은 가짜로 드러났다. 앞서 미디어스는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 H사와 해당 사업의 핵심관계자를 취재해 변제안이 허위임을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사업은 무산됐다. (▶관련기사 : '1조 사기' IDS홀딩스, 이번엔 '가짜 변제안')

이 가짜 변제안 마련을 주도했던 것이 바로 한 씨다. 한 씨는 IDS홀딩스 이사인 예 모 씨를 통해 김성훈 대표의 은닉자금을 전달받았다. 실제로 취재결과 IDS홀딩스가 홍콩에 설립한 IDS FOREX가 한 씨의 회사인 웅산 홀딩스에 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디어스가 확보한 IDS FOREX의 계좌 송금 자료에는 웅산 홀딩스로 100만 달러를 입금한 내역이 적혀있었다. 예 씨도 경찰조사에서 한 씨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을 인정했다. (▶관련기사 : IDS홀딩스 대위변제자, 경찰 인사 청탁 정황 드러나)

▲IDS FOREX가 웅산홀딩스로 100만 달러를 송금한 내역. ⓒ미디어스

현재 한 씨는 자신이 김성훈 대표에게 받은 돈은 30여억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디어스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한 씨는 증권계좌에 약 52억 원, 가족 명의의 계좌에 20억 원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또한 한 씨가 주도한 가짜 변제안에서 알텀캡의 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김 모 씨의 형이 현재 IDS FOREX에 대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연관성에 대한 수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IDS홀딩스 은닉자금, 대위변제자 유흥비로 탕진?)

미디어스 취재 결과 평소 한 씨는 지난해 검찰 방위사업수사부에서 근무하던 A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스에 한 씨 사건을 제보한 C건설 A대표는 "김성훈 대표가 검찰청 OOO호실에 조사를 명목으로 들락날락했고, 거기서 휴대폰으로 예OO, 이OO 등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방산비리 수사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수사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IDS홀딩스 전직 관계자의 업무수첩에서도 같은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인사청탁을 한 혐의로 구속된 IDS홀딩스 회장 유 모 씨의 발언을 종합한 것으로 김성훈 대표가 구치소 '방 동기'에게 의탁했으며 구치소 접견 시 통화를 허락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관련자의 발언과 메모에 등장하는 검사가 바로 A검사다. 전직 웅산홀딩스 관계자도 IDS홀딩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와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 IDS홀딩스, 검찰에 '뒷거래' 시도했나)

한편 한 씨는 가짜 변제안을 내놓을 당시 계약서를 IDS홀딩스 지점장들과 영업자들이 임의로 변경했으며, 자신의 인감도장을 도용해 피해자들로부터 계약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문서위조변조죄에 해당한다. 사문서위조는 형법 23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현재 IDS홀딩스 지점장들은 사기·방문판매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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