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포털 뉴스 서비스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매크로를 이용한 포털 뉴스 댓글 공감수 조작이다. 일각에서는 포털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인링크는 포털 내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며 아웃링크는 검색 후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 댓글정책 개혁을 요구하면서 "더 나아가 아웃링크 방식 검토 등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포털의 인링크 뉴스 공급을 차단하는 '신문등의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권에서도 포털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아웃링크 등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면서 "아웃링크 방식으로 기사에 대한 댓글 기능을 각 언론사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포털이 과도하니까 이쪽만 조작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여론 조작이 집중되는 것 아니겠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합성, 일러스트 Ⓒ연합뉴스

"네이버는 대한민국 언론의 편집국장"…"아웃링크 도입하면 상황 호전될 수 있다"

사실 포털의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에 대한 논쟁은 포털과 언론사 간에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문제다. 한국은 포털 인링크 방식의 뉴스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포털이 언론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포털과 제휴를 맺지 않은 언론사의 기사는 독자들이 접하기 어렵고, 결국 언론사들은 포털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평가 시즌이 오면 언론사들은 저마다 네이버, 다음과 제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이어간다.

포털과 제휴를 맺어도 포털은 언론사 등급을 3가지 등급으로 나눈다. 네이버의 경우 언론사를 뉴스콘텐츠(CP), 뉴스스탠드, 검색제휴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CP는 소위 '네이버뉴스'로 불리며 인링크 방식으로 기사가 노출된다. 뉴스스탠드와 검색제휴 매체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네이버 제휴 매체 안에서도 CP 제휴를 맺지 못한 언론사는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기에 CP 제휴를 맺은 매체들은 대체로 대형매체들이 많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경향성이 높은 상황에서 포털 인링크 서비스 매체에 트래픽이 몰리고, 이는 결국 중소언론사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포털은 인링크 방식의 뉴스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광고수익을 올리는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물론 포털은 CP 제휴 매체들에게 전제료를 차등지급하고 있지만, 포털이 얻는 수익과 언론에게 지급되는 금액의 비율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더 나아가 근본적인 문제는 포털이 뉴스 배열 등을 통해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기자들 사이에서는 "네이버는 대한민국 언론의 편집국장"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따라서 드루킹 사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등을 계기로 포털의 뉴스 편집 기능을 언론사로 돌려주자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아웃링크가 현재 논란에 대해 완벽한 해결책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댓글조작 등의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결국 포털이 기사를 편집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야기되는 것인데, 아웃링크를 적용하면 포털의 편집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털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하자는 주장은 여러 언론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20일자 세계일보는 <댓글 조작 근절책 '뉴스 아웃링크' 급부상> 기사에서 "댓글 조작 사태를 낳은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구조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뉴스 아웃링크'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드루킹의 댓글조작 방치한 네이버, 아웃링크가 해법이다> 사설을 게재하고 "언론사의 기사를 포털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인링크 대신 뉴스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로 옮겨가는 아웃링크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웃링크 도입에 앞서 고려해야 할 지점도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도 AMP, 인스턴트아티클 등을 만들어 인링크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어, 한국 뉴스 수용자들이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소비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에 대한 방송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들은 모두 해외법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뉴스 소비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 규제가 불가능하다.

"정교한 댓글 운영원칙 필요"…"댓글 공감, 굳이 있어야 할 이유 없다"

드루킹 사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등의 핵심이 댓글에 있는 만큼 댓글정책이란 본질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포털이 가지고 있는 댓글 노출방식이 너무 제한적이고 단순하다보니 발생한 사건이란 지적이다.

김선호 고려대 교수는 "현재 댓글 노출 방식이 최신순, 과거순, 공감순이 있는데, 특히 공감순은 문제가 있다"면서 "조작도 쉬울 뿐더러, 조작이 아니라고 해도 과연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이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할 좋은 댓글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호 교수는 포털의 댓글 운영원칙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포털이 뉴스를 배열할 대도 언론이 몇 만개의 기사를 송고하면 분석을 해서 알고리즘을 짜고 뉴스를 노출하고 있는데, 댓글도 이러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어떤 댓글이 좋은 댓글이고, 많은 사람이 봐야하는 댓글이고, 거기에 대한 가치기준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가치기준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는 정교한 댓글 운영원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선호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댓글 차단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댓글을 못쓰게 하거나 차단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댓글조작 등이 문제가 되면 차단하고, 댓글 갯수를 제한하는 등 표현을 못하게 하는 방식만 생각하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강조했다.

김선호 교수는 다양한 네티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표현의 자유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누가 쓴 댓글은 전달이 되고, 누가 쓴 댓글은 전달이 안 되고, 이런 식의 방식은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보면 특정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표현의 자유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호 교수는 "따라서 아무리 포털에 댓글을 적는다고 해도 도달률이 떨어진다면 그 사람의 표현의 자유는 의도대로 보장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래서 의견의 다양성, 기회의 균등성 등에 대한 고려가 함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진봉 교수는 아웃링크 방식이 적용되더라도 댓글조작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언론사도 공감순에 의한 댓글 정렬 행태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아웃링크를 도입해도 댓글 공감에 대해서는 손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공감이나 좋아요 같은 기능이 계속 유지되면 조작의 유혹을 떨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봉 교수는 "공감은 굳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런 기능이 여론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드루킹 사건도 메크로를 이용한 댓글조작이었는데, 공감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런 요소를 계속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진봉 교수는 아웃링크 방식의 뉴스 소비가 자리 잡아도 댓글조작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아웃링크를 통해 포털에서 댓글조작을 못하게 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어렵겠지만 언론사 홈페이지에 가서 조작을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위험성이 완전히 제거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진봉 교수는 네이버 등 국내포털이 댓글 공감순 정렬을 유지하는 이유로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최 교수는 "포털은 댓글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수용자 유입을 많이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조사를 보면 댓글을 보고 기사를 읽거나, 제목만 보고 댓글을 보는 젊은 층이 많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결국 댓글을 통해 유입을 늘리고, 그걸로 광고비를 받고, 돈을 버는 수단이 된다"면서 "네이버가 댓글 많은 뉴스 등의 코너를 운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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