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부터 꼬여 버린 것일까요? 무리수처럼만 보이는 제작진의 억지 설정이 늘어가고, 그런 무리한 미션들에 반응하는 멤버들의 협상들은 애초에 제시된 미션들의 이유조차 갸우뚱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고는 하죠. 무너져버린 3대 3 대결구도의 균형은 회복되질 못하고 결국 각종 복불복은 개인 대결에 치우치고 있습니다. 가끔씩 폭발적인 웃음을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그런 재미들은 이전처럼 모두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관계에 의한 것보다는 예능감이 만개한 1박2일의 1.5인자 이수근의 개인 역량에 기대는 의존이 심해지고 있죠.

그나마 주위 환경이라도 평판하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끈끈한 시청자들과의 정으로 변화의 시기를 버티겠지만 그나마도 녹록치 않습니다. 일밤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웃음 폭탄을 장착한 뜨거운 형제들의 상승에 힘입어 단비에게까지 그 힘을 옮기려고 하고 있고, SBS는 패떴 시즌 2의 예고된 굴욕을 잊고 유재석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죠. 이런 신생 도전자들은 모두 방송 시간대가 조금씩 다르기에 직접적인 타격은 주지 못하겠지만 일요일 시청 구도의 변화는 기존의 절대 강자, 1박2일에게는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에요.

게다가 설상가상이라더니 MC몽의 병역 기피 의혹은 선하고 순박한 이미지를 기본 이미지로 하고 있는 1박2일에게는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KBS의 파업 사태로 기약이 없는 방송 재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구요. 그동안 이런 저런 구설수나 위기 아닌 위기로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이렇게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왔던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1박2일은 확실히 흔들리고 있어요. 당장의 인기와 영향력이 급감하거나 시청률이 폭락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렇게 굳건해보이던 그들의 아성이 이젠 그리 확고해 보이지 않거든요.

파업 때문에 편집본으로 대체해야 했던 이번 주 방송을 보니 이런 아쉬움은 더욱 더 커지더군요. 요 몇 주 사이에 볼 수 없었던, 1박2일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 주었던 큰 웃음 빅재미의 순간들만 모아서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좋았던 한 때를 그리워하며 보여주는 듯한 섣부른 불안감이 느껴지더라고구요. 그리고 그 장면 장면들, 각종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을 순서에 따라 곱씹어 보니 지금의 위기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게 지금의 1박2일이 불안해 보였던 이유는 김C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김종민의 투입이 독이 되었다고 하는 이들이 많지만 저는 그의 복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완충장치가 될 수 있었던 기존 6명 구도의 붕괴가 더 큰 이유로 느껴집니다. 신입생을 받고 그가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하는 시기에 가장 믿을만한 조정자였던 김C가 빠져버리자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던 균형감이 갑자기 무너져 버렸어요. 6인에서 7인으로, 그리고 다시 6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결코 매끄럽지 못했고, 뭉치지 못하고 모두가 파편화된 상황에서 개인플레이에만 의존하는, 그래서 제작진의 개입과 무리수가 더욱 강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했겠지만, 1박2일에게 김C는 너무나도 절실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었어요.

물론 결코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MC몽을 향한 의혹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될 것인지, 아직 베일에 싸인 유재석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일밤의 반격이 갈수록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KBS의 파업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의 수많은 미지수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지만 1박2일은 웬만한 외풍과 내환에도 버틸 수 있는 단단한 지지기반을 오랜 시간동안 시청자들과 함께 다져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김C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가 있었다면 1박2일이 이렇게 불안해보이진 않았을 겁니다. 지금의 모래알 같은 팀워크를 언제 다시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요. 천하무적 야구단 때도 그렇지만 김C의 조용한 존재감은 떠났을 때 더더욱 커 보이기만 하네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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