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배우 송선미씨 남편 사망 사건을 다루면서 몰래카메라로 빈소를 촬영해 논란이 일었던 MBC <리얼스토리 눈>에 법정 제재인 경고를 내려야 한다는 건의가 나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19일 회의에서 <리얼스토리 눈>에 경고를 건의했다. MBC 오상광 시사교양본부 콘텐츠협력센터 콘텐츠협력1부장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관련자를 해고하고 프로그램이 폐지됐다”고 밝혔지만, 중징계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미디어스)

앞서 <리얼스토리 눈>은 지난해 8월 24일 송선미씨 남편의 사망 사건을 다뤘다. 당시 유족이 거듭 취재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리얼스토리 눈>은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송선미씨의 얼굴, 빈소객,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이 쓰인 조화가 담긴 장면을 자극적으로 편집해 내보냈다.

비난 여론이 일자 MBC 측은 촬영을 진행한 외주제작사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당시 외주제작사 측은 MBC 이현숙 CP가 자극적인 화면을 원했고, 외주제작사 제작진에게 성희롱적 발언과 폭언 등을 서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리얼스토리 눈> CP가 '싸우는 그림 붙여와라, 리얼한 그림 가져와라, 안 그러면 불방'이라고 제작진을 협박했다는 SNS 폭로 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MBC PD들과 외주제작사 제작진 사이에는 불공정한 갑을관계가 지속됐고, 외주제작사 제작진은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현숙 CP가 외주 제작 소속 작가들과 PD들에게 성희롱 발언, 갑질 횡포를 일삼았다는 음성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현숙 CP는 “해오는 대로 적당히 내버려 두고 월급 받아 처먹고 사니까 좋느냐”·“아 X새끼 저거 정말, 이런 촌놈들을 데려다 놓고 말이야 이 XX놈들”·“여자가 막 … 흥분해, 근데 깨는 소리 하는 거야 저게, 그럼 그게 00이 되냐? 왜 느낌을 못 살려 느낌을”이라는 수준 낮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이에 MBC는 지난달 7일 이현숙 CP를 해고했다. <리얼스토리 눈>도 지난해 9월 21일을 끝으로 종영했다. MBC 차원에서 송선미 씨에게 사과 글은 올렸지만, 제작진이 개인적으로 사과하지는 않았다.

<리얼스토리 눈>(MBC)

19일 열린 의견 진술에 참석한 오상광 부장은 당시 MBC의 구조상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오상광 부장은 “이현숙 CP는 특임 국장을 맡고 있어 부장이나 국장 등 프로그램 관리자가 <리얼스토리 눈>에 관여하지 못했다”며 “파업 과정에서 프로그램 심의도 이현숙 CP가 직접 했기 때문에 문제 제기가 함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앞으로 몰래카메라 취재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지양하려고 한다”며 “외주제작사와의 상생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이현숙 CP 책임으로만 돌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MBC가 이현숙 CP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 같다”며 “방통심의위가 제재 하는 것은 CP 개인이 아니라 이런 보도를 한 MBC”라고 말했다.

심영섭 위원은 “피해자의 직업은 배우였다”며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절대 을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면 제대로 된 문제 제기가 어렵다”며 “앞으로 보도에 대한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미숙 부위원장도 “사안이 중대하지만, 후속대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위원들은 전원합의로 법정 제재인 경고를 결정했다.

한편 지난해 8월 21일 기초연금 인상과 관련 보도에서 컴퓨터 화면에 특정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3초간 노출한 KBS 뉴스5에 대해선 행정지도인 권고가 결정됐다. KBS는 해당 방송분을 7개월간 삭제하지 않아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온라인에 노출됐다. KBS의 실수라는 해명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또 지난해 6월 25일 배우 송혜교씨와 송중기씨의 열애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비공개 SNS를 당사자 동의 없이 방송에 노출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행정지도인 권고가 결정됐다. 의견진술에 참여한 MBC 관계자는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생활 보호를 하지 않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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