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프다. 위태롭다. 감정의 흐름을 쫓아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뭘 해도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은 위태롭고 서글프며 아프다. 자칫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태에 처한 동훈과 지안은 그래서 힘겹다. 여전한 불안 속에서 동훈은 지안의 과거를 알게 된다.

나 같아도 죽여;
동훈의 공감에 오열하는 지안, 그들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안은 불안했다. 동훈을 몰락시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준영의 제안을 이미 자신이 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밥 먹고 술 먹고 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느냐고 생각했지만, 동훈에게는 그 자체가 특별하다. 누구에도 함부로 맘을 내주지 않는 동훈에게는 그것 자체가 사랑이다.

자신에게 '착하다'는 말을 해준 남자. 그리고 편견 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행복하자"고 해준 남자. 그 남자가 위기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그저 자신이 하는 그 행동 하나하나가 동훈에게는 불안이라는 점에서 지안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동훈과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피해보지만 그게 이제는 어렵다. 생각에 잠겨 내릴 곳을 놓친 지안은 미친 듯 뛰었다. 동훈이 이미 집으로 갔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이어폰으로 도청을 하며 건널목에 동훈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는 지안은 이미 벗어날 수 없는 감정에 빠져 있었다.

준영이 망하기를 바란다는 지안에게 이야기도 못해봤을 텐데 왜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동훈의 말에 지안은 "아저씨가 싫어하니까"라는 말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아저씨의 마음을 읽고 있는 지안의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감정들로 인해 거리감이 생긴 이들은 그게 적당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기훈은 형 동훈에게 참치를 사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삼형제의 만찬 자리에서 다시 나온 엄마 장례식에 대한 우려에 동훈은 상무 후보로 올랐다는 말을 한다. 동훈의 성공에 가족만이 아니라 동네 선후배들까지 모두 하나 같이 행복하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어머니의 화려한 장례식을 상상하는 큰형 상훈의 상상에 형제들이 동참하고, 동네 친구들까지 함께하는 장면은 서글프면서도 유쾌했다. 소시민들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화려한 상상이 부모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기 바란다는 사실이 참 아프다. 실패한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외롭지 않은 마지막이라는 것은 씁쓸하다.

이들의 집단 환상을 깬 유라의 등장은 '정희네' 집을 더욱 흥겹게 만들었다. 붙임성이 좋은 유라의 행동에도 동훈은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부끄러움이 많다는 동훈. 그런 그가 '브리짓 존스의 일기' 속 마크 다시를 닮았다는 정희. 콜린 퍼스를 닮았다는 동훈이 '정희네' 집을 나서 집으로 향하자, 지안은 뛰기 시작했다.

어느새 동훈의 삶을 듣는 것이 낙이었던 지안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동훈과 잠시라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이젠 자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감정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계기는 사채업자가 동훈에게 전화를 하면서부터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박동훈이라는 이름이 낯익었던 사채업자 종수는 동훈에게 전화를 해서 지안에 대해 언급했다. 상품권을 자신에게 가져왔었다는 말은 동훈을 흔들 수밖에 없었다. 상품권 논란의 모든 것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지안이 훔쳤고, 빚을 갚으려다 자신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다. 그 이유를 풀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동훈의 상태도 모른 채 지안은 낡은 동훈의 실내화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본 적 없던 지안은 처음으로 선물을 샀다. 하지만 차가운 동훈의 행동이 못내 아쉽고 걸린다. 그렇게 녹음 파일을 점검하던 지안은 사채업자가 동훈에게 전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비밀을 동훈도 안다는 사실에 지안은 불안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그렇게 떠나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를 알고도 남아 있던 이는 없었다. 방어 기제가 강한 지안은 스스로 멀어지려 노력했다. 동훈이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냉정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동훈과 지안의 감정은 그렇게 엇갈리기 시작했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동훈은 지안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쓰레기통에서 돈을 찾아줬던 청소부를 찾는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그 청소부의 사무실에는 어린 지안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사실은 그 청소부 역시 채권자였다. 돈을 빌리고 도망가 버린 지안 엄마. 초등학교 졸업식에는 올 거라는 기대에 채권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끝내 지안 엄마는 오지 않았다.

불쌍한 지안에게 꽃을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은 춘대는 그렇게 그의 보호자 역할을 해주었다. 가난한 춘대가 지안의 모든 것을 책임질 형편은 아니었지만 마음으로 응원해줄 수는 있었다. 아픈 지안의 과거를 들은 동훈은 춘대에게 "존경합니다. 어르신"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건 진심이었다.

모두가 외면한 아프고 외로운 아이를 진심으로 보살핀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넨 동훈은 사채업자 광일을 찾아갔다.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불안해 보이는 사채업자 사무실을 찾은 동훈은 그렇게 광일과 싸우기 시작했다. 춘대에게 전화를 받고 동훈을 구하러 뛰던 지안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광일이 자기 아버지를 죽인 게 지안이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동훈에게는 숨기고 싶었던 과거, 그 과거가 드러나는 순간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그 자상하고 착하던 동훈도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훈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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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패는 새끼들은 다 죽여“

동훈은 광일을 향해 분노했다. 이미 춘대를 통해 지안이 얼마나 힘겹게 살아야 했는지 알게 된 동훈에게 살인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아니었다. 지안의 어머니가 진 빚. 그녀의 죽음은 말도 안 되는 빚을 어린 아이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누군가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면 지안의 삶도 바뀔 수 있었다.

지안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할머니 외에는 없었다. 그 할머니마저 지안이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빚인 유산을 거부해도 된다는 말을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매일 찾아와 할머니와 지안을 패는 광일의 아버지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지안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지안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울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모습은 아프게 다가온다. 평생 누구 하나 자신을 그렇게 바라봐준 적이 없다. 처음으로 진짜 내 편이 생겼다는 생각에 지안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지독할 정도로 마음을 닫고 살아야 했던 지안이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

정희는 동훈이 사람이 참 치사하지라는 말을 하자 "사랑하지 않으니까 치사한 거지"라고 답한다. 정희를 두고 스님이 되어버린 겸덕에 대한 분노가 정희에게는 있다. 지안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직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그 편이 되지 못한 동훈 역시 스스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상무가 되기 위해서 지안과 같은 아이와 멀어져야 한다는 생각. 그게 참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동훈이 그렇게 숨기고 싶었던 비밀을 윤희가 알게 되었다. 지안을 불러 멀어지게 하려다 동훈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지안만 떠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남편이 모르는 외도는 그렇게 감출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윤희에게 지안은 동훈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얄밉고 괘씸한 윤희에 대한 복수였다.

"예뻐, 엄청 예뻐. 드럽게 예뻐"라는 말로 오디션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유라를 위로하는 기훈. 영화 <노팅힐>처럼 줄리아 로버츠 같은 탑스타가 되어 자신을 찾아주면 어떨까 하는 말은 유라에게 듣기 좋은 소리만은 아니다. 기훈이 가진 마음이기도 했다.

마음은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성적 판단을 한다고 마음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인간의 마음이란 복잡하다. 그 미묘하게 변할 수밖에 없는 마음. 그 수많은 변수들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들을 무너트리려는 자들과 맞서 동훈과 지안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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