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하룻밤만 재워줘>의 재미는 딱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일까? 만약 우려가 맞다면 그 재미는 K팝을 사랑하는 한 가족이 선사한 감동과 재미 이상은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오롯이 마르따 가족과 빅뱅이 선사한 선물로 끝난다는 것이고, 얻어걸려야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란 것을 알리는 것이기에 연출에 대한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다.

<하룻밤만 재워줘>는 ‘단 1%의 사전 섭외 없이 해외에 덩그러니 떨어진 이상민과 김종민, 두 사람이 무작위로 직접 현지인에게 다가가 숙박을 부탁하는 컨셉 예능’이라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 컨셉은 전반적인 재미를 보장받기 힘들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하룻밤만 재워줘>

‘카우치 서핑’의 수준을 넘어서 전 세계의 다양한 가족과 특이한 생활환경,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외국인에게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알렸지만, 매우 자연스럽지 못한 소개만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과 조재윤이 팀이 돼 직접 한국 음식을 만들어 대접한 과정도 그리 자연스럽지 못했고, 전 세계인들의 특이한 생활환경조차 시청자는 목격하지 못했다.

조재윤 개인의 사연은 다른 것을 보여주지 못해 더욱 부각돼 보였고, 오직 숙박하는 것이 목표가 돼 ‘구걸 숙박’이라는 오명을 지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과 이선빈도 여행다운 여행을 즐기지 못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잠자리부터 구걸하는 모습은 대체 이 예능이 가고자 하는 곳이 무엇인가 생각게 한 부분이다.

숙박을 위해서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이 먼저였으니 ‘구걸 숙박’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당연.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하룻밤만 재워줘>

이선빈이 펍에서 즉석으로 꾸민 연주와 노래 또한 해당 무대가 먼저였다면 문제 될 일은 없다. 그에 감동한 현지인이 숙박을 제공했다면 금상첨화. 그러나 숙박 구걸 도중 얼떨결에 무대를 꾸미고, 보상이라도 바라듯 숙박할 수 없느냐 물으니 현지인은 당연히 도망갈 수밖에 없는 일.

문제는 또 있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들은 소통의 기본이 될 영어조차 하지 못한다. 띄엄띄엄 말은 하지만, 왜 숙박을 구걸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경계의 눈빛 가득한 이에게 갑자기 ‘나 좀 재워 줄래?’라고 한다면 그건 이상한 사람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이 컨셉이라고 밀고 나가고 있다.

‘하룻밤만 묵고 갈까요?’ 한마디에 사랑방을 내주는 건 조선시대나 그 이전 시대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인데, 그걸 외국에서 하고 있으니 문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하룻밤만 재워줘>

한국 문화에 신비감 가득한 사람, 무조건적으로 한국 문화에 호의적인 사람이 아니고서야 한국인을 자신의 주거지에 초대할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그런데 이를 배려 받으려 한다는 것이 무리이며 무례한 일이기에 <하룻밤만 재워줘>의 숙박 구걸은 불편해 보일 수밖에 없다.

‘카우치 서핑’도 받아들이는 이가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기에 카우치를 내주는 것에서 시작했듯, 그들이 잠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기 위해선 상황을 먼저 이해시키는 부분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영어는 기본이어야 한다. 이상민과 김종민이 이 프로그램의 중심이라면, 영어 능통자를 곁에 두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기에 더 무례해 보이는 것이다. 계속해서 방송을 하려 한다면 최소한 해당 나라의 언어 능통자 한 명은 대동하라. 그 조건을 갖추지 않는다면 이 예능은 민폐 예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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