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살포 혐의로 약 20시간에 걸친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각종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황 회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KT새노조가 KT 이사회 면담을 요청해 관심이 모아진다.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정치자금법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KT새노조는 KT 이사회 의장에 공문을 보내 KT 경영정상화를 위한 면담을 요청했다. KT새노조는 면담 신청 공문에서 "지금 KT그룹은 대표이사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 경찰조사 등으로 심각한 CEO리스크를 겪고 있다"면서 "그동안 우리 KT새노조는 KT경영진에 지속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요구와 대화를 요청해왔지만, KT경영진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우리 노조는 지금의 KT경영위기가 이사회와 노동조합의 경영감시의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KT새노조는 귀 이사회와 면담을 통해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KT직원들의 생생한 여론을 전달하고자 한다. 귀 이사회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면담 일정과 장소를 알려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들여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돈은 불법 후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주로 홍보·대관 임원들의 명의로 의원들의 후원계좌에 입금됐다. KT가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의원만 90여명, 액수는 4억30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부터 KT 본사와 광화문 지사, KT커머스, 상품권 판매업체 등을 압수수색하고 KT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지난 3월 황창규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은 KT가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고 KT가 주주로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로비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황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창규 회장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큼 회장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앞서 황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지난해 말 경찰이 확보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00여 개 차명계좌 명의자 중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황 회장은 사퇴 의사가 없어 보인다.

KT 이사회에 면담을 신청하기에 앞서 KT새노조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사회가 황창규 회장의 거취문제를 다뤄줄 것을 촉구했다. 18일 오전 KT새노조는 "KT새노조가 그 동안 황창규 회장 퇴진을 요구한 것은 단지 그가 박근혜, 최순실의 부역자여서가 아니다. 또한 그의 경영 실적이 저조하기 때문만도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황 회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 것은 그가 스스로의 자리보전을 위해 국민기업 KT를 권력의 놀이터로 전락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KT새노조는 "국민기업의 CEO라기보다는 정치로비스트에 가까운 황 회장의 행태가 문제가 돼 온갖 사회적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는 막무가내 버티기 중"이라면서 "이로써 국민기업 KT의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했고 이는 주가에도 반영되는 등 심각한 경영난맥이 노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KT새노조는 "회사 상태가 이런 지경임에도 이사회가 황회장의 거취에 대한 논의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중대한 직무유기일 것"이라면서 "KT와 함께 대표적 국민기업인 포스코가 오늘 이사회를 개최하여 회장 거취를 논의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그동안 KT이사회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해서 담합적 기업지배구조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면서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눈치 볼 시간이 없다. 이제라도 즉각 이사회를 개최해 황 회장 거취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KT새노조는 KT이사회의 행태를 KT노동자들과 함께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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