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신해철이 자신의 사설 음악학원을 오픈하며 공개강좌를 하고 있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그의 공개강좌 내용이 매일 매일 기사화되고 있는 걸 보면 그의 존재감은 여전한 듯합니다. 공교육의 몰락과 사교육의 존재에 대해 역설하던 그의 문제제기는 소시를 좋아하는 40대의 문제인가요?

대중문화는 시대가 낳은 산물이다

1. 모든 40대는 소녀시대만 좋아한다?

도발적인 이야기들로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그는 지난해 사교육 광고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소외받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토론 프로그램에서 교육의 정상화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그를 기억하던 대중들은 그가 사교육을 위해 광고를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심한 배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그런 대중들에게 그는 단 한 번도 사교육을 비판한 적은 없었다는 말로 사태를 일갈했습니다. 대중들의 무서움은 현실로 다가오며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져 지내야만 했습니다. 케이블 방송이나 자신이 개설한 홈 페이지를 통해 그를 좋아하는 팬들과의 소통은 지속되었지만 과거의 일방적인 관심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그가 올 해 들어 자신이 직접 세운 음악 학원을 오픈하며 대중음악총론 'All About Music'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으로 공개강좌를 시작했습니다. 그의 공개강좌는 기자들에 의해 그대로 기사화되며 다시 신해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학원을 홍보하고 학생들을 유입하기 위한 의도로 펼쳐진 그의 강연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입니다. 과도한 홍보비를 들이지 않고도 충분하고 열정적이며, 자세하게 발 벗고 홍보하는 기자들이 있으니 말이지요. 그가운데 어제 기사화된그의 발언은 많은 이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모든 40대가 소녀시대 좋아하면 집단으로 문제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자극적으로 다가와서 신해철의 본질을 흐리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발언은 극단을 지향해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는 방식과 다름없었습니다.

"취향에 따라 듣는 게 음악이라지만 엄연히 '수준'이라는 게 존재한다"라는 그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음악에서 수준을 따지는 것만큼 졸렬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음악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에 수준을 논하기 시작하면 과연 무엇이 고질이고 어떤 것이 저질이라는 것일까요?

고가의 돈을 주고 격식을 차리고 참가해야 하는 클래식 연주는 고질이고 자유분방하게 즐기는 대중음악은 저질인가요? 그런 식으로 문화의 수준을 논하는 것은 최악과 다름없습니다. 취향을 인정하지 않고 음악에도 수준이 있다는 그의 발언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발언일 뿐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물론 나도 TV에서 소녀시대 나오면 한번 더 보게 된다.(웃음) 하지만 이처럼 어떤 특정한 개인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모든 40대가 '소녀시대 음악' 밖에 모른다면, 음악계와 문화계가 '소녀시대'에서 끝난다면 집단으로 문제가 있는거다"

그의 발언은 모든 이들이 소녀시대의 음악만을 좋아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것이기에 처음부터 모순에 빠져있습니다. 현재 모든 40대가 소녀시대 음악 밖에 모르는 일은 거의 없으며, 당연히 소녀시대로 이야기되는 걸 그룹의 음악만이 음악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기 때문입니다.

2. 대중음악은 시대의 산물일 뿐

자신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고질의 음악을 들으며 가끔 소녀시대를 보며 즐거워하지만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40대는 소녀시대만을 좋아한다는 가정은 지독한 이기심일 뿐이지요.

"대학축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온통 아이돌그룹의 노래만 울려 퍼진다. 이것도 문제다. 그런데 문화적으로 전 국민을 어린이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사람이 피곤하면 밥보다 사탕이 먹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 너무 힘들게 사는데 음악까지 힘든 걸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소녀시대라도 보면 좀 낫다"

그가 언급한 대학축제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가 아이돌 그룹의 노래만 있어 불만이라는 것 역시 시대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당연해 보입니다. 과거 뽕짝이라고 불리던 노래를 대체해가던 청년 음악들이 대학축제의 단골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대정신을 대변하듯 그들의 음악은 청년 대학을 깨우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곤 하였지요. 시대가 변하고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요즘, 대학축제에서 민중가요와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의 음악을 연주할 수 없는 이유는 과거와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 대학축제에 초대받았던 이들이 지금도 초대받을 수 있도록 꾸준한 음악 활동과 이를 통해 지속적인 관심 유도가 이어졌다면 대학생들이 그들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겠지요. 물론 단순히 자신만 열심히 한다고 철저하게 상업화된 현재의 대중문화 속에서 두각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럼에도 아이돌 틈바구니 속에서 윤도현 밴드나 김씨 등 꾸준하게 자신의 음악을 지향해오던 이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아이돌 전성시대에도 자신만의 음악성으로 성공한 인디 밴드들도 존재합니다. 어찌 보면 과거 8, 90년대의 대한민국 가요보다는 현재의 가요들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비록 TV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말랑말랑한 아이돌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한 10대와 2, 30대 그가 그토록 저주하고 비하하는 40대가 존재합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이 보고 싶은 곳만 바라보면 모든 것이 그렇게만 보일 뿐입니다.

"물론 음악의 수준,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되 정상적인 루트에 포진돼 있어야 한다. 당신이 30대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시대 노래만 외우고 다닌다면 문제다. 재즈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에 도달한 건데 말이다. 시도라도 해봤느냔 말이다"

높은 수준의 음악을 재즈라고 설정하고 이야기를 한다면 그 역시 취향의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30대가 넘어가고 나이가 들어가며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재즈라는 편견은 그저 편견일 뿐입니다. 물론 음악적인 깊이나 재즈가 담아내고 있는 가치를 생각해 봤을 때 인생을 많이 살아온 이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측면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정적으로 나이에 따라 듣는 음악이 달라진다는 그의 발언은 쉽게 인정하기는 힘듭니다.

어린 나이에도 재즈의 참 맛을 느끼며 심취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청년 시절 재즈만 듣던 이가 나이가 들며 새로운 음악에 심취하는 경우들도 허다합니다. 굳이 클래식이나 재즈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낯선 월드 뮤직들의 세계도 무한합니다.

3. 다양성이 거세당한 사회

아이돌 위주의 음악방송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모든 것이 그들만을 위한 방송은 아닙니다. 다양한 층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음악방송도 존재합니다. 비록 대중적인 선호도에 밀려 좋은 시간대를 차지하지 못하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그가 팝송을 알려줄 수 있는 라디오 방송이 없다고도 했지만 여전히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그 자리를 지키며 매일 다양한 팝송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루시드폴은 월드 뮤직을 들려주는 '세계음악기행'을 진행합니다. 과거 전영혁을 통해 새로운 음악들에 심취한 이들에게 현재의 방송이 아쉽기는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문화들을 알리기 위한 방송들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성은 부정하고 자신만이 자신을 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획일화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사회 자체가 다양성을 부정하고 획일화를 주도하고 있기에 모든 것이 하나로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무수한 많은 음악들과 접하고 있습니다.

인디 레이블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고 다양한 소규모 공연들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고 있습니다. 비록 대중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어 대중성을 확보하기에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그들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그들은 아이돌 이상의 존재들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소수를 인정하지 않고 대의만을 강조합니다. 거대한 자본으로 만들어진 대중문화에 이끌리며 대중을 기만하고 있음에도 많은 이들은 이런 획일화를 견제하려는 노력보다는 이에 합류하려는 노력만을 할 뿐이지요.

시대를 대변하는 대중문화는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던 것들도 그 당시에는 대중음악이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들이 대세를 이루기는 하지만 그 역시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지요.

음악적 퇴보를 이끈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입니다. 재즈나 클래식 팝이 고질의 음악이고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이 저질이 아니라,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획일화된 문화가 모든 것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현상이 문제일 뿐입니다.

팬덤 문화의 극단적인 찬양과 비난, 좌와 우만 나눠서 동지 아니면 적으로 몰아가는 세상. 중간 지점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어느 한 쪽에 서기를 강요하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같은 아이돌 대세 같은 몰림 현상은 당연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소수를 인정하지 않는 다수의 횡포는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닌 이를 방기한 우리 모두의 잘못일 뿐입니다.

누군가를 탓하고 가르치듯 이야기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돌이켜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신해철이 이야기하듯 대세를 이룬 대중음악만을 듣는 이들도 있지만, 다양한 음악들을 찾아 듣는 이들도 무척이나 많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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