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흥식·김기식 등 비관료 출신 금융감독원장들이 도덕성 논란으로 잇따라 사퇴하면서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관료 출신 인사가 부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소비자보호처 자문위원장인 권영준 교수는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외부인사로 개혁의 활로를 찾는 이른바 '메기 효과'를 언급하며 비관료 출신 금융감독원장들의 낙마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권영준 교수는 18일 MBC라디오'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지난 50년 동안 아프리카 수준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굉장히 낙후돼 있다. 도저히 희망 없을 정도로 많이 썩어 있다"며 "특히 4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농협)는 '4대 천황'의 지배와 그 안에서 심각한 채용비리도 많다"고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권 교수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정계·금융계 인사를 마피아에 빗댄 표현)가 공적 규제의 성격을 어지럽히고 있다며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권 교수는 "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데 모피아들이 해온 것을 보면 겉으로는 공적 규제라고 하면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강화시켰다"면서 "모피아에서 퇴임해도 민간기업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4대 금융지주의 지배, 모피아의 폐해 등을 개혁하기 위한 방법으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통합을 제안했다. 권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IMF 외환위기 이후 1998년 출범했다. 금융감독원은 1999년에 출범했는데 출범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은 겸임직이었다.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겸임을 떼어내고 금융감독원을 금융위원회 하부조직으로 만들면서 모피아 폐해가 커졌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권 교수는 "금융감독원은 주로 전문성을 가진 민간 공적인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 있고, 금융위원회는 공무원 조직, 모피아 조직"이라며 "금융위원회 사람들은 권한은 많이 가지고 있는데 어려운 일 있으면 책임은 회피하는 아주 기형적 조직으로 돼 있다. 금융감독제도 개편에 최우선 순위"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어떤 형태로든지 통합적 조직으로 만들어 금융산업의 공적 기능을 높이고 모럴헤저드를 없애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시도했었는데 오늘날까지 아무도 해결을 못했다. 그만큼 모피아들의 힘이 강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권 교수는 '메기 효과'를 언급하며 비관료 출신 금융감독원장들의 낙마를 안타까워 했다. 권 교수는 "대통령이 개혁이 꼭 필요한 곳에는 관료보다는 외부 개혁적 인사가 들어가서, 소위 '메기'가 역동성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셨다"며 "그런데 자기관리를 잘못해 이렇게 낙마하니 너무 안타까운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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