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8일 조선일보가 SBS에서 제기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공정성 문제를 대서특필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의 지적을 받아 문제제기에 나선 것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조선일보는 그 동안 공영방송뿐만 아니라 SBS를 향해 '노영방송' 프레임을 강조해왔다. 이를 두고 SBS본부 위원장은 '관심끄기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18일자 조선일보는 8면 메인으로 <SBS 노사 "김어준 블랙하우스 공정성 문제">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팟캐스트'는 꼼수다' 출신으로 올초 지상파 TV까지 진출해 화제가 된 방송인 김어준 씨의 이름을 딴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SBS 내부에서 편파방송이라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진행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프로그램 폐지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18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조선일보는 "SBS 공정방송실천협의회에서 김어준, 김용민 씨 등 나꼼수 출신 방송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편향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면서 "공방협은 성추행 의혹을 받는 정봉주 전 의원을 옹호한 지난달 22일 블랙하우스를 문제 삼았다"고 전했다.

이어 "제작진 의지를 존중해 당분간 지켜보겠지만 편향성이 고쳐지지 않으면 없애야 한다"는 박정훈 SBS 사장의 발언과 "정봉주 전 의원 방송은 가치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범죄 여부를 가리는 사안인데, 한쪽 이야기가 설득력 있다고 다른 한쪽을 아예 배제하는 것은 공정성에서 큰 문제가 있다"고 한 윤창현 SBS 노조위원장의 발언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김어준 씨는 지난 2월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서 '미투 운동'의 배후 공작설을 제기하는 등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켰다"면서 "SBS 블랙하우스에선 지난 1~2월에 걸쳐 보수 세력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으나 이는 민주당 당원들이 벌인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김어준 씨는 프로그램 내용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관계자는 '자기 이름을 건 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고 전했다"면서 "블랙하우스는 개그맨 강유미 씨가 정치인을 인터뷰하면서 여당은 우호적으로, 그리고 야당 의원들은 마치 쫓겨 다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놀림감으로 만드는 등 정치적 균형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판과 견제가 아니라 특정 세력을 조롱하고 망신주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블랙하우스 논란에 대해 지난해 정권이 바뀐 뒤 지상파들이 친정부 성향의 나꼼수 멤버들을 앞다퉈 섭외한 후유증이란 분석도 나온다"면서 "그러나 젊은 층과 여권 지지자들을 겨냥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전략은 시청률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나꼼수의 인기를 이용해 시청률을 높여 보려던 지상파 방송사들의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편향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내보내는 팟캐스트는 지상파 방송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나꼼수 같은 인터넷 방송 포맷을 따라가다가는 오히려 이들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나머지 시청자를 다 놓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발언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이같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명동의제 합의하고 대주주 사퇴할 때는 노영방송이라고 저주를 퍼붓던 자들이 자기 진영에 유리하다 싶으면 물불 안 가리고 받아쓴다"면서 "당신들이 공정성 말할 자격이 있나. 관심 끄기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18일 윤창현 본부장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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