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만의 징그럽게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다. 1년을 준비하고 무려 장장 10주간 방송되는 레슬링특집이 첫선을 보였다. 10주간의 장기레이스의 출발은 날유의 굴욕과 정형돈의 활약으로 웃음 포인트를 찾을 수 있었다. 깊이 상상하자면 민망한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무한도전을 즐기고자 보는 입장이라면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부분적으로 문제가 될 장면들도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처음 멤버들끼리 프로젝트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에는 상당히 위험한 발언들이 오고갔다. 이것을 편집하지 않고 내보낸 데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한데, 박명수와 유재석이 윤리적으로 위험한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박명수가 유재석과 아내를 바꾸자고 하고, 유재석은 제수씨 꼬시기라는 발언을 한 것.

아이디어 회의라는 것이 정제되지 않은 순간적인 생각을 꺼내는 것이기에 그들끼리는 어떤 말도 오갈 수 있었지만 굳이 그 내용들을 방송으로 내보낸 것은 부적절했다. 일탈이나 어떤 금기에 대한 호기심은 유재석이라고 다를 것 없겠고, 그런 생각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것은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걸러낼 수 있고, 걸렀어야 했음에도 그냥 내보낸 것이 아쉬웠다.

1년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준비도 많고 또 10주 연속방송을 해야 하는 레슬링(정확히 하자면 프로레슬링) 특집은 분명 배꼽잡고 웃을 요소가 많았다. 쩌리짱에서 동네바보형으로 돌아온 정준하가 체구나, 오버스러운 리액션이 프로레슬링에는 딱 적합하고 실제로 멤버들의 실습상대로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정준하 다음으로는 길과 정형돈이 체구상 레슬링에 딱 맞는데, 길보다는 정형돈의 애드리브가 눈에 띄었다. 일일코치로 등장한 김민준과의 손가락 꺾기에서 여성스러운 비명을 질러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유재석이 정형돈을 들어서 던지는 글렘슬럼을 하려고 할 때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렇지만 이날 가장 빵 터진 장면은 김민준이 알려준 롤링암바를 유재석과 박명수가 실습하는 장면이었다.

이것은 이날 전체 중 가장 웃겼으나 또한 민망한 장면이기도 했다. 세상의 남자들만 본다면야 아무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여성 무도팬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장면은 누가 편집을 하더라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버리자니 너무 웃기고, 넣자니 문제가 될 소지도 있었기 때문이다. 롤링암바란 상대방의 팔을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넣은 후 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인데, 그 과정에서 허술한 유재석의 기술에 박명수가 그만 유재석의 중요한 부분을 움켜쥔 것이다.

무한도전의 센스 넘치는 자막 실력은 이때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마라도나를 능가하는 신의 손’이라든지 레드카드 그림과 함께 ‘핸드볼파울’이라고 자막을 내보냈다. 자막이 없었다면 보는 입장도 무척 어색할 수 있었던 장면을 웃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얼굴에 붉은 CG를 해서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해 분명 재미로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프로레슬링 특집을 하면서 피할 수 없는 장면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아는 사람만 웃고 지나칠 수 있도록 강조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괜찮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예능에서 웃기는 장면을 그냥 방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쨌든 성인의 민감한 부분을 강조하는 웃음은 이번 한번으로 만족하고 더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시청자 입장도 민망해지겠지만 그런 부분은 출연자 당사자들의 인격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성인 코드를 한국 대표 버라이어티인 무한도전에서 넘어버리면 어렵게 지켜지는 성적 표출의 벽이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요즘 고은아 남매 논란도 있었듯이 케이블방송의 선정성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럴 때일수록 지상파 방송은 전보다 더 굳건히 정도를 지켜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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