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그러나 황 회장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다.

▲17일 오전 경찰 출석하는 황창규 KT 회장. (연합뉴스)

17일 오전 황창규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KT는 법인카드로 구매한 상품권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KT는 상품권깡을 한 돈을 홍보·대관 임원들의 명의로 의원들에게 후원하는 형식으로 정치자금을 뿌렸다. KT가 불법 후원한 의원은 90여명, 금액은 4억30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KT가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로비를 한 이유는 황창규 회장을 비호하고 이권을 따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의심된다. 경찰은 이러한 로비가 황 회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막고,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법안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날 경찰에 출석한 황창규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정치자금 후원을 지시했느냐", "후원 사실을 보고 받은 바 있느냐"는 질문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황창규 회장의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에 거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경찰청 앞에서 KT민주화연대와 KT노조 본사지방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황 회장의 구속수사 ▲황 회장의 퇴진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된 임원들의 즉각 퇴진 등을 요구했다.

▲17일 오전 KT민주화연대, KT노조 본사지방본부가 황창규 회장의 구속과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이들은 "황창규 회장의 구속수사와 퇴진이 이뤄지고, 더불어 KT가 정상화 되고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검경의 황 회장 조사과정을 엄중히 지켜볼 것이며, 황 회장의 퇴진과 구속의 순간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러한 황창규 회장의 권력형 비리 연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당시 황창규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 원을 불법 지원했고,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측근을 광고 담당 임원으로 임명해 68억 원의 광고비를 지원해주는 등의 행각을 벌였다.

또한 지난해 말 경찰 특수수사과는 국세청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200여 개 가운데 황창규 회장의 명의로 된 것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되고, 인사비리를 저지르고, 통신공공성을 망각하고, 노조를 탄압하고, 결정적으로 상품권깡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 살포까지 드러난 황창규 회장은 사퇴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사퇴 후 경찰에 출석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국민기업 KT가 왜 이렇게 망가지고, 이제는 KT의 수장까지 검경 수사를 받는 부끄러운 모습을 시민들이 봐야 하는가"라면서 "지금이라도 국민들과 사회에 대한 도리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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