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의 자회사 조선비즈가 광고대행사 팀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5)의 갑질 논란을 '귀하게 자란 신세대 직원들의 SNS 폭로' 탓으로 돌리는 분석을 내놨다.

조선비즈는 16일 조 전무의 갑질 논란에 대해 <귀하게 자란 요즘 직장인들 "오너 2·3세 갑질 못 참아">란 제목의 기사에서 "나름 귀하게 자란 신세대 직장인들은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며 요즘 직장인들이 과거와는 달리 SNS를 통해 익명으로 오너의 갑질을 폭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귀하게 자란 요즘 직장인들 "오너 2·3세 갑질 못 참아">. 조선비즈 4월 16일자 보도 갈무리.

조선비즈는 기사에서 "최근 재벌 오너 2·3세의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원인은 과거와 달라진 직원들의 사고방식을 꼽을 수 있다"며 "과거 선배 직원들은 '한번 입사하면 퇴직할 때까지 다닌다', '회장님 말씀에 절대 복종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입사하는 신세대 사원들은 '회사의 주인은 오너가 아닌 나'라는 의식이 강하다"고 구분했다.

이어 조선비즈는 "(신세대 사원들은)예전해 비해 입사경쟁이 치열해진데다 가정의 경제력 향상, 부모의 관심 등이 높아지면서 재벌 오너 2·3세의 갑질을 더이상 참을 이유가 없게 됐다"면서 "결정적으로 익명성을 무기로 한 SNS의 등장은 각종 비리·사건 제보에 유용하다"고 연결지었다. 회사에 복종하지 않는 '신세대 직원'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를 통해 '갑질 폭로'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조선비즈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선배 직장인들은 회사와 재벌 회장에게 복종했던 세대로 정의되어야 한다. '과거 선배'가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구분되는지, 회사에 복종했던 세대라고 일반화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근거는 이 기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조선비즈는 `을’에 위치한 직장인들을 세대로 구분짓고 분석한 반면 ‘갑’인 재벌 오너 2·3세들의 횡포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물뿌리기’ 갑질 논란(사진합성, 일러스트=연합뉴스, 제작 정연주)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은 최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사건으로 법원 1심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 경영일선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반면 ‘땅콩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사건 이후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고 최근 스트레스로 머리에 종양이 생겨 수술대에 올랐다. 박 전 사무장은 업무복귀 후 관련 재판에서 "18년 근무하면서 이런 '지옥의 스케줄'은 처음"이라고 말해 사측의 보복 인사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귀하게 자란’ 현 대한항공 직원들이 ‘익명성을 무기로 한 SNS’만을 믿고 재벌 갑질 폭로에 나선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한편, 조선비즈는 기사 말미에 "재계에서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작업은 필요하나, SNS를 악용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다"면서 "자신이 가진 불만을 사내에서 해결하지 않고 외부에 폭로하는 일이 늘어나 곤혹스럽다"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덧붙였다.

해당기사의 네이버 댓글창에는 ‘역시 친기업적 논조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따위 노예가 되라는 말로 밖에 안보인다’, ‘귀하게 자란 요즘 기레기들’, ‘귀하게 자라고 아니고간에 갑질을 왜 당해야하나’ 등 현재까지 300여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경찰은 16일 조현민 전무가 당시 물컵을 던졌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곧 피의자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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