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만큼 대단한 명승부였습니다. 여태껏 축구를 쭉 봐오면서 '이런 승부가 날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으로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던 엄청난 승부였습니다. 이 명승부는 2010 남아공 월드컵, 그것도 4강 진출을 눈앞에 둔 8강전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90분 동안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1-1 무승부. 그것도 모자라 연장 전후반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를 바라보고 있던 연장 후반 15분. 가나의 아피아 슈팅이 우루과이 수비 맞고 나온 것을 아디야가 헤딩슈팅으로 연결했고 이를 수아레즈가 손으로 걷어내며 주심이 패널티킥을 선언하면서 사건은 터졌습니다. 골을 어떻게든 막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손을 뻗친 수아레즈는 곧바로 퇴장 명령을 받았고, 이것으로 가나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습니다만, 키커로 나선 아사모아 기얀이 골대를 맞추는 실축을 범하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 '역적'에서 순식간에 '영웅'이 된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즈의 '구국의 선방'
그리고 운명의 승부차기. 가나의 3번 키커, 존 멘사의 슛을 우루과이 골키퍼 무슬레라가 막아내며 승부가 갈리는 듯 했지만 우루과이 4번 키커, 막시 페레이라가 위로 띄워 차는 실수를 범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가나 4번 키커 아디야가 또 한 번 무슬렐라에게 막혔고, 우루과이 5번 키커 아브레우가 토킥으로 골망을 가르면서 승부는 마무리됐습니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승부가 너무나도 드라마틱하게 마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승부 하나로 우루과이는 40년 만에 4강에 진출했고, 가나는 아프리카 첫 4강 진출 기회를 너무나도 허무하게 놓치고 말았습니다. 스포츠의 세계가 냉정하고, 드라마보다 더 짜릿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경기가 명승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양 팀 모두 승리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두 팀 모두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다 보여줬고, 그런 플레이가 승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아름다운 승부'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 우루과이 승리가 확정된 뒤, 희비가 엇갈린 우루과이-가나. 승부는 달랐지만 양 팀 모두 충분히 박수받을 만 한 멋진 승부를 펼쳐냈다.
가나는 지난 16강전에서 연장전을 치러 체력적인 소모가 대단했던 가운데서도 우루과이의 파상공세를 조직적인 플레이로 잘 막아내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오히려 결정적인 기회, 효율적인 운영은 가나가 더 나았다고 해도 좋았을 만큼 가나의 투혼은 정말 빛날 만큼 대단했습니다. 여기에 상대팀인 우루과이 역시 가나에 선제골을 내준 뒤 끝까지 승리를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에이스'이자 주장 디에고 포를란의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남미 팀다운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골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루이스 수아레즈가 '손을 던지는' 기묘한 '선방'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상황을 힘겹게 넘겼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뒤집으며 40년 만의 4강 한(恨)을 풀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투혼과 투혼의 승부에서 멋진 승부가 펼쳐진 것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경기를 이렇게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만큼 이 경기는 아마 월드컵 역사에도 길이 남을 명장면, 명승부로 남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루과이 자리에 한국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축구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준 우루과이, 가나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골 가뭄, 심판 오심 등으로 하마터면 '최악의 월드컵'이 될 뻔 한 남아공 월드컵 전체에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원동력을 만들어준, 대단했던 우루과이-가나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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