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KBS 변화의 시발점이 되길 <끝까지 깐다> (4월 10일 방송)

KBS <혁신 프로젝트-끝까지 깐다>

MBC는 파업이 끝난 뒤 자사 프로그램 <PD 수첩>을 통해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고백’이라는 말이 어울린 방송이었다. KBS는 아예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스스로가 털어놓는 고백성 방송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쓴소리(를 넘어서는 ‘까임’)를 듣는 쪽을 택했다.

20~40대 다양한 직업군의 시청자 패널 6인과 총 2회 녹화를 했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과거 KBS에 대한 총평을 들었다면, 두 번째 스튜디오 녹화 때는 각각의 뉴스, 프로그램, 제작 관행에 대한 비판을 요구했다. 첫 번째 사전 만남과 두 번째 녹화 사이, 제작진은 ‘셀프 비판 자료’까지 준비해서 시청자 패널에게 건넸고, KBS와 타사 프로그램을 비교하기 위해 특정 프로그램 모니터링까지 부탁했다. 그렇게 탄생한 <끝까지 깐다>는 제작진의 단단한 각오가 묻어나는 제목이었다.

KBS <혁신 프로젝트-끝까지 깐다>

첫 번째 사전 만남에서 6명의 패널은 ‘어느 순간 KBS를 보지 않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면 KBS를 보지 않고 깔 수 있을까. 수박 겉핥기가 될 수도 있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비판이 될 수도 있다. 제작진은 이미 그런 우려를 예상했던 것인지, 패널들에게 KBS 뉴스와 프로그램, 제작 관행에 관한 자료를 제공한 뒤 ‘더 공부하고 까주세요’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아예 KBS에 대한 신뢰를 잃고 외면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작 보지 않고 비판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제작진의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의 꼼꼼한 준비는 시청자 패널들의 꼼꼼하면서도 신랄한 비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KBS가 정권 입맛에 맞는 뉴스를 만들었다’는 두루뭉술한 비판이 아니라, 어떤 뉴스에서 어떤 헤드라인을 사용했고 어떤 입장들을 전달했다는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시청자 패널들은 “KBS가 아니라 조선중앙TV를 보는 듯했다. 우리나라 정부 입장을 대변한 것도 모자라 북한 정부의 입맛에 맞춰 보도했다”, “KBS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 경호를 했다”, “KBS는 세월호 참사의 가장 강력한 공범이다” 등 거침없는 비판들을 쏟아냈다.

KBS <혁신 프로젝트-끝까지 깐다>

시청자들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진 뒤, KBS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가령 영화 <인천상륙작전> 홍보성 뉴스 취재 지시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받은 기자, 국정 교과서 논란 시리즈 뉴스까지 준비했으나 방송 당일 편집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기자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자신들의 과거를 합리화하는 변명은 아니었다. 단지 ‘우리도 내부에서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라는 작은 외침에 가까웠다.

비단 뉴스뿐 아니라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예능 속 장면을 꼽아보고, 참신함이라고는 없는 KBS 다큐멘터리를 타사 다큐멘터리와 비교하는 시간도 있었다. KBS의 총체적 문제를 다루는 방송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문제점, 스스로가 생각하는 해결점, 지향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시청자 입장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들이 바라는 KBS상을 제시했다는 것. 부디 이것이 KBS 변화의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이 주의 Worst: 김신영 홀로 안쓰러운 고군분투! <주간아이돌> (4월 11일 방송)

MBC every1 <주간아이돌>

정형돈-데프콘이 떠나간 <주간아이돌> MC 자리는 유세윤, 김신영, 이상민이 채웠다. 첫 회는 대규모 물량 공세였다. 축하사절단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돌 멤버들이 대거 출연했다. MC 수도 늘어났고, 게스트 수도 평소 방송의 10배가 넘었다. 그러나 남는 것은 없었다.

오프닝 구성부터 문제였다. 큰 종이에 가려진 축하사절단을 일일이 맞히는 것이 오프닝이었다. MC들의 아이돌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간인 듯했으나, 김신영을 제외한 이상민과 유세윤은 정답률이 매우 낮았다. 게다가 MC들이 맞힌 아이돌 멤버들은 무한정 대기하고 있고, 아직 호명 받지 못한 아이돌 멤버들은 종이 뒤에서 무한정 대기해야 했다. 그렇게 축하사절단을 ‘소개’하는 시간만 무려 20분이었다. 총 방송시간의 3분의 1이 넘는 시간이었다.

축하사절단을 소개하면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세윤, 이상민이 아이돌에 애정이 많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지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신인 아이돌 멤버들의 매력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저 ‘보고싶다 친구야’의 아이돌 버전처럼, 김신영과 아이돌 멤버들의 친분을 확인하는 시간에 불과했다.

MBC every1 <주간아이돌>

이날 방송은 김신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찔함만이 남았다. 김신영이 아이돌에 대한 정보력과 친화력으로 새로운 <주간아이돌>의 틀을 만드는 사이, 유세윤과 이상민은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본인이 이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보였다.

심지어 이상민은 ‘에이핑크 남동생 격인 보이그룹’ 빅톤의 멤버 병찬이 나왔을 때, “에이핑크 누구의 남동생이에요?”라고 진지하면서도 해맑게 질문했다. 아이돌 전문 방송 MC로서 전혀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

녹화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축하사절단으로 가득 찼을지 몰라도, 예능적인 공간은 빈틈이 많아 보였다. 김신영으로 시작해 김신영으로 끝난 <주간아이돌> 첫 회. 앞으로 유세윤과 이상민이 오늘의 빈틈을 채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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