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 강상현)가 방송 심의에 있어 해당 방송사의 대처 태도에 따라 정상참작의 여지를 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반복적인 심의 위반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되,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정치심의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기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는 12일 열린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MBN '뉴스와이드' 방송 패널로 출연한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떼놈'(중국인 비하 표현)발언에 대해 위원 전원합의로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당시 MBN 방송에서 차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에 대해 "떼놈이 지금 우리 보고 절 하라는 것 아닙니까?"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방송소위는 "진행자의 제지 및 해당 출연자의 사과가 즉각 이루어진 점을 감안하여, 위원 전원합의로 '문제없음'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방송 이후 MBN은 해당 패널에 대해 3주간 출연정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의 과정에서 방송사의 대처에 따라 참작 여지를 둔 것이다.

방심위는 이날 회의에서 MBC 지인 인터뷰 논란과 관련해서도 MBC가 해당 기자에게 징계를 내리고, 한국방송학회에 경위 조사를 의뢰한 점 등을 참작해 중징계가 아닌 '권고' 조치를 내렸다. 행정지도인 '권고'는 방송사에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

심의 위반 소지가 있는 방송에 대해 규제기구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 수 있는데, 방심위는 왜 이런 의결 결과를 내놓은 것일까. 심영섭 방심위원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정치 심의의 여지를 줄이고, 모든 언론사에게 자정기회를 주기 위한 기본 기조라고 설명한다.

심 위원은 13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사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한다. 정말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지 증명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가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면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방심위가 제재를 하더라도 정치심의 같은 것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으로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심위는 이제껏 정치·편파 심의 논란에 휩싸여 왔다. 최근에는 과거 정부에서의 '청부심의'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원들의 가치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진실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제외하고 방송심의 규정 중 객관적인 기준에 해당하는 공정성, 객관성, 정확성, 균형성, 다양성 등의 기준을 명확하게 적용하겠다는 게 방심위의 방침이다.

심 위원은 "정치심의 논란에 있어 진실성 여부를 저희가 판단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가치판단이 들어가야 하는 진실성 같은 것은 언론사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라면서 "다만, 언론사가 이를 반복적으로 악용한다면 중징계는 불가피하다"고 잘라 말했다.

심 위원은 현재 심의중인 안건들은 대부분 누적건수로 향후 해당 방송사들이 심의를 위반할 경우 강력히 조치할 것을 예고했다. 심 위원은 "토끼몰이와 비슷하다. 누적이 되면 빠져나갈 길이 없다"며 "지금 다루는 것들은 누적건수로 약 8개월 동안 위원회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방송사 노력이 미흡하다 싶으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중징계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위원은 "이러한 기조를 방심위 4기 내내 가져간다는 게 합의된 내용"이라며 "내용의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라 회사의 대처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제재는 일반적으로 개인에게 내리는 게 아니라 방송사와 프로그램에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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