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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끝나고 시작되는 보수언론의 ‘정책검증’[오늘의 핫이슈]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인가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7.12.24 08:15

조선일보. 참 재미있다. 대선 전에는 이명박 후보의 정책검증에 별 관심 없더니 대선 끝나니 ‘공약 타당성 기구’를 검토하라고 주문한다. 그런데 주문의 배경이 좀 웃긴다. 여러 좋은 말씀을 하고 계시지만 ‘툭 까놓고 얘기하면’ 공약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말 ‘ㅋㅋ’다.

우선 조선일보의 오늘자(24일) 사설을 잠깐 살펴보자. 상당히 솔직한(?) 사설이다.

조선 “선거 공약은 유권자 환심을 사기 위한 약속”

“그 많은 경제 공약들이 실제 정책으로 옮겨도 될 정도로 잘 다듬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선거 공약이란 본래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약속인 만큼 포퓰리즘으로 기울기 쉽다. 부작용보다는 작용, 비용보다는 효과만을 부풀려 앞세우기 쉽다. 그 공약으로 표 재미를 봤다 해서 그걸 보은하겠다고 공약대로 밀고 나가려다 역효과만 부르는 경우가 많다.”

   
  ▲ 조선일보 12월24일자 사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정리하면 ‘결혼 전, 상대방의 환심을 사기 위해 뻥은 쳐도 된다. 그런데 결혼 했으니 이제 자신 없는 건 이실직고하라’ 뭐 이쯤 되겠다. 글쎄. 생각하기에 따라 ‘혼인빙자사기죄’로 볼 수도 있고, 뒤늦게나마 진실을 고백한 ‘감동스토리’로 볼 수도 있을 법한데, 찜찜한 건 사실이다.

이명박 당선자 진영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공약의 타당성과 검증이 생명인 언론(조선일보)에서 이런 주장을 사설에다 대놓고 하는 게 영 보기에 ‘거시기’하다. 그런데 조선일보 아예 노골적으로 이명박 당선자 정책 재검토를 주문하고 나섰다. 다음과 같다.

“눈을 조금만 크게 떠보면 이 당선자의 공약에도 이런 공약이 적지 않다. 앞으로 10년간 평균 7%씩 성장하고,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겠다는 ‘747 공약’도 그렇다.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져 있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보면 너무 높은 목표다 …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720만 신용불량자 대사면’ ‘신혼부부에게 해마다 새 주택 12만 가구 공급’ ‘서민들의 주요 생활비 30% 절감’ ‘12조원 감세’ 공약 등도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을 따져봐야 한다.”

그럼 공약 믿고 지지한 유권자는 어떻게 되나

물론 이 후보가 내세운 각종 공약들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가야 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가 내세운 각종 공약들에 대한 언론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이 하나 남는다.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믿고 그를 지지한 유권자는 어떻게 될까. 그 유권자들에게 조선의 사설처럼 “원래 선거 공약이란 본래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약속이잖아요. 그래서 포퓰리즘으로 기울기 쉬워요. 부작용보다는 작용, 비용보다는 효과만을 부풀려 앞세우기 쉽다는 말이죠. 당선됐으니 이제부터 타당성 검토 한번 해보려구 해요”라고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 그렇게 한다면 유권자 입장에서 참 ‘거시기’한 주장이자 해명이고 참 ‘대략난감’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뽑은 대통령을 ‘무를 수도’ 없는 일이고 …

   
  ▲ 동아일보 12월24일자 사설.  
 
동아일보의 오늘자(24일) 사설 역시 흥미로움을 준다. 대선 전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아의 주장은 대선 전 이미 ‘상대당’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과 거의 유사하다. 다음과 같다.

동아 “한반도 대운하 사업타당성 재검토해야”

“핵심 문제는 사업 타당성이다. 운하가 발달한 유럽과 달리 한국은 계절별 강수량 차가 커 갈수기(渴水期)에는 배를 띄우기 힘들다 …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승리했으니 국민 합의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고속도로 철도 연안해운 등 대체운송 수단이 다양해 대운하가 관광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2012년까지 경부운하 건설 과정에서만 4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자칫 건설경기는 이명박 정부 때 즐기고 비용은 다음 정부가 치르는 구조가 될까 걱정이다.”

그땐 아무 말도 안하더니 대선 끝나니 한반도 대운하가 걱정이 되는가 싶다. 그런데 솔직히 두 유력 보수지가 일제히 공약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선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 ‘대선 전에는 표 떨어지는 게 신경 쓰여서 별 말 않고 있다가 당선 되니 문제 많은(?) 공약 하루 빨리 재검토하라’고 주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두 보수신문이 지금과 같은 주장과 비판을 대선 전에 이명박 후보 진영을 향해 꾸준히 제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가정은 어리석다고 하지만 적어도 상식적인 선에서 보면 유권자들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동아 조선의 사설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차기정부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공통적으로 제기돼 있다. 놀랍다. 한반도 대운하가 ‘실패’로 귀결될 경우 차기 정부 선출과정에서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고 이는 결국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 진영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보수신문의 재검토 주문은 한반도 대운하가 경제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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