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에 고발도 했다. 언론들도 김기식 이슈에 몰두하고 있다. 다른 이슈도 없다. 우연이거나 혹은 통제됐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급하게 리얼미터에서 여론조사를 했다. 대상은 500명으로 결과는 김 원장에게 부정적이었다.

게다가 질문도 다분히 부정적 답변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심도 있다. 그래도 인정하기로 하자. 불리한 상황이라고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데스노트라는 별명을 얻은 정의당도 반대한다. 이대로라면 김기식 원장을 지키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런 위기감 속에서 청와대는 야당들을 향해 정면승부를 요구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12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안관련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는 오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관위에 질의 사항을 보냈다"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한 선관위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서 국회 피감기관 16개를 조사한 결과 19대와 20대에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해외 출장을 간 사례가 나왔다. 굳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나눈 통계를 발표했다. 민주당이 65번, 자유한국당이 94번이었다. 만일 국회 피감기관 전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게 되면 그 횟수와 비용은 어마어마한 규모로 불어날 것은 명백한 사실일 것이다.

또 청와대와는 별개로 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2013년 비서와 단둘이서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김기식 원장을 공격한 똑같은 사례를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당시 피감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이 이 의원과 비서에게 지원한 금액은 2천6백만 원이 넘었다.

자유한국당 반응이 좋을 리 없다. 자유한국당은 원내대표와 수석대변인이 나서 ‘국회의원 사찰’이라며 발끈했다. 또 ‘입법부에 대한 도전’이라는 말도 했다. 물론 기분은 나쁠 것이다. 좋은 일도 아니고 현재 자신들이 금융감독원장이 비도덕적이었다고 몰아붙이는 바로 그 사안을 들춰내겠다니 불쾌하고 괘씸할 것이다. 심지어 헌법유린이라고도 했으니 헌법소원도 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봐도 조사와 사찰은 다르다. 사찰은 대상이 모르게 몰래 하는 것이다. 다 알게 하는 조사를 사찰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최근 ‘미친개’ 소동으로 사과까지 했던 자유한국당이 말의 수위를 여전히 조절하지 못한다. 자유한국당이 사찰 혹은 감찰이라며 주장할 뿐 청와대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 속 시원히 반박하지 않는 속내에는 분명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의심도 가능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기식 금감원장의 사퇴를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 원장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서를 제출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설마 청와대가 이렇게 낮은 수준의 대응을 해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식의 대응전략은 사실 의외이다. 그러나 가장 잔인한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빙자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특권처럼 누려왔던 관행이었지 않는가. 잘만 하면 국회의원들의 특권 하나를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

김기식 원장에 대한 거취 문제는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다. 성질에 비해 과대해진 논란의 크기로 봐서는 낙마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피감기관 지원을 받아 해외여행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갑질형 관행을 뿌리 뽑게 된다면 납세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더불어 피감기관들에 대한 감사도 더욱 철저히 해서 이런 식의 세금낭비를 막는 후속 대처도 요구된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 작은 제왕으로 피감기관에 군림하고, 뇌물성 여행경비를 지원받는 구태는 모두 청산해야 할 적폐에 불과하다. 19대라면 몰라도 20대 국회는 엄연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김기식 원장의 거취 문제와는 별개로 국회의원들이 법 위에서 누려왔던 특권은 사라져야 하며, 그중 하나인 외유성 해외출장은 적법성 여부를 따져볼 이유가 분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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