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된 내용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법률화하는 것이다. 용어는 다소 딱딱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상여금, 식대 등의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게 만들어 최저임금 인상분을 무효화시키게 된다. 최악의 경우 임금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줄어들 수도 있게 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면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거나 교통비, 식대 등 10가지 넘는 꼼수가 합법화된다. 한 마디로 최저임금인상을 무효화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어렵게 최저시급 1만원 시대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는데 제대로 자리도 잡기 전에 ‘도루묵’이 되게 생겼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개악저지 '최저임금 노동자의 봄 버스' 출발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는 동네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과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정기상여금이나 교통비 등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지금까지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다뤄왔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 다루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은 자영업자들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다. 뭔가 속는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동시에 언론들이 집요하게 최저임금 문제를 다룬 저의에 대해서 의심도 품게 된다.

알바 최저임금이 올라 가게들이 다 다 망하게 됐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한 이유가 결국엔 기업들 배를 불리자는 것이었냐는 의혹이 제기될 법하다. 결국 언론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한 임금 인상분의 무효화가 최저임금 정상화라는 궤변을 부끄럼 없이 주장한다.

이쯤 되면 최저임금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언론과 정치권의 속내는 분명해진 셈이다. 일만 열면 거론하던 영세자영업자들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속에 열불이 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누군가를 욕하는 것이 아니다. 소리소문없이 진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개악을 막는 일이 다급해졌다.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소위원장이 3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법률화되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망신이고 그 약속을 믿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희망을 포기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보수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을 이루고자 함이었다. 알바를 하더라도 한 달에 150만원은 받아서 생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워낙 굵직한 뉴스들이 많아서 용어부터 낯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선뜻 눈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보수 야당들이 추진하는 대로 내버려둔다면 최저임금은 오르는데 정작 수입은 늘어나지 않는 부조리가 발생하게 된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때로는 의견을 모아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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