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언론계와 정치권에서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권이 공영방송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방향의 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현재 4월 임시국회는 방송법 처리를 두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일 본회의 개최가 무산되고, 9일에는 당초 예정돼 있던 이낙연 국무총리의 시정연설이 무산됐다. 이 같은 국회 공전사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을 급작스럽게 처리하자고 나서면서 발생했다.

언론장악방지법은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이사회 추천 비율을 여야 7대6으로 하고 사장 선출시 이사 2/3 이상의 동의를 받게 하는 게 골자다. 언론장악방지법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 최선이 아닌 차악의 사장을 뽑는 법안이라는 한계가 있단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최선의 사장을 뽑는 법이 아니다"라고 문제제기를 한 바 있고,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지난해 8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방송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을 하면 지금 올라가 있는 안(언론장악방지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발의된 언론장악방지법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미디어스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온전하게 돌려주자> 성명을 내고 정치권을 공영방송 이사 추천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언론노조는 "지난 2016년 뜨거웠던 방송법 개정 이슈가 2018년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면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을 떠나 공영방송의 지배구조가 정치적 주장과 견제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난 대통령 탄핵과정과 촛불혁명, 19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11월 28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KBS와 MBC 총파업과 동시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할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빠른 논의를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배제하고, 지난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구성 등의 방법으로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한편, 공영방송의 직능단체, 방송사업자 및 종사자, 각 분야별 시민단체의 추천권을 확대하는 방향이 검토될 수 있다"면서 "이미 비슷한 취지의 방송법 개정안이 속속 발의됐고, 이 중에는 정치권의 추천권을 배제한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발의안도 있다"고 전했다.

언론노조는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란 이사회와 사장 등 지배구조 결정을 둘러싼 여야의 지분싸움이 아니다"면서 "공영방송 이사의 추천권과 사장 선출 방식으로 정권을 견제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정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정치권의 이사 추천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방송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같은 날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지금이야말로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방송법이 4월 임시국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놓고 이렇게 뜨거운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반가워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법안의 처리를 요구하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면서 "여당 시절 갖은 수를 써가며 상임위 논의조차 가로막았던 자유한국당이 야당이 된 지금 법안 통과를 주장하고, 당론으로 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혜선 의원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송 환경 조성에 더 관심을 두는 정략적 타산의 결과"라며 "정부와 국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을 유지하는 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현재의 국회 상황 자체가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관한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추혜선 의원은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이사추천국민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회를 추천하는 방식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추 의원은 "촛불광장을 통해 국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을 확인했고, 공영방송을 시청하는 평범한 국민들 누구라도 이사회 구성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 상식의 수준에서 발의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추혜선 의원은 "이사추천국민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식과 관련해 우리는 이미 참고할 만한 좋은 경험들을 갖고 있다"면서 양승동 KBS 사장 선출 과정을 예로 들었다. 추 의원은 "KBS 사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시민정책자문단의 역할은 ‘집단지성의 발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RDD(Random Digit Dialing) 시스템을 통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참여 의사를 확인했을 뿐인 평범한 국민들이 이룬 성과다. 이에 앞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 결정에 있어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래 전부터 시행 중인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두고 배심원 선정의 형평성과 공정성 시비가 일어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추혜선 의원은 "그런데도 여전히 공영방송 이사의 여야 추천 비율을 두고 다투는 모습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국민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라면서 "국민들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두고 그 방식을 구체화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것이 지금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구호에서 그치지 않도록 하루 빨리 국회를 열고 방송법 논의를 시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공영방송은 정치의 수단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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