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이 취임식을 가졌다. '당신이 주신 봄, 꽃 피우겠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취임식에서 양 사장은 사원들과 함께 정치·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다짐했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시민의 광장에서는 양승동 KBS 사장의 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KBS 본관 건물에는 '당신이 주신 봄, 꽃 피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설치됐다. 지난해 9월 시작된 KBS 총파업 사태를 거쳐 시민자문단에 의해 선출된 양승동 사장의 취임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에 대한 KBS의 약속을 문구로 적은 것이다.

양승동 KBS 사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시민의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미디어스)

양 사장은 취임사에서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KBS를 함께 그려달라"고 호소하며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통한 취재·제작 자율성 보장 ▲인적 쇄신 ▲비정규직·외주제작사에 대한 관행 개선 ▲성평등 문제 엄정 처벌 등으로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 사장은 "지독히 추웠던 지난 겨울, 우리는 광화문에 서 있었다. 540 여명이 240 시간 동안 참회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새로운 KBS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양 사장은 "참으로 무거운 약속이다.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제가 먼저 완전히 새로운 KBS 사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양 사장은 우선 취재·제작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양 사장은 "새로운 KBS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보다 취재·제작의 자율성 보장"이라며 "분명히 약속드린다. 저는 보도와 제작에 어떠한 압력도 행사하지 않겠다.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이 여러분을 제약하려 든다면 앞장서 막겠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그 일환으로 국장 임면동의제를 명문화하고 편성위원회 정상화를 계획하고 있다.

양승동 KBS 사장이 KBS 구성원들 앞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다.(미디어스)

양 사장은 KBS 구성원들에게도 높은 기준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양 사장은 "대신 스스로도 높은 기준을 가져달라. 보도와 제작에 임할 때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사적인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항상 경계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양 사장은 인적쇄신과 관련해 "인적 쇄신의 핵심은 공정한 평가와 결과적 정의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라며 "10년 과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겠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당한 책임도 묻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양 사장은 사내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양 사장은 "KBS 구성원 여려분, 한 가지 부탁드린다. 부디 맹목적인 불신을 거둬달라"며 "억눌린 10년을 지내오면서 사내 갈등이 심각해졌다. 지난 과오에 대한 평가와 문책은 회사가 시스템에 따라 하겠다. 불필요한 미움으로 역량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양 사장은 비정규직·외주제작사에 대한 부당한 관행 역시 "상생의 조직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특히 성평등 문제와 관련해 "절대 쉬쉬하며 넘어가지 않겠다. 파면을 포함한 가능한 최대치의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사원들과 함께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낭독했다. (미디어스)

이후 양 사장은 정연욱 기자, 이이백 PD와 함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하겠다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양 사장은 후보자 시절 시민자문단 앞에서 "사장으로 취임하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선언문에는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간섭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구절과 함께 '모든 권력은 시민과 시청자로부터 나온다. 이 모든 정신을 담아 공영방송 KBS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 드리겠다'고 적혀있다.

한편, 취임식 전반부에는 지난해 공영방송 파업사태 당시 언론인들을 향해 날선 비판을 했던 '예은아빠'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축사가 공개됐다. 유 집행위원장은 "정말 밉고 다시는 보기 싫은 KBS였지만 그 안에서 힙겹게 싸워온 여러분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살려보자는 뜻을 세월호 유족과 국민들이 모았다"며 "그렇기에 오늘 이 자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누가 사장이 되도, 대통령이 되도 여러분들의 손으로 KBS를 끝까지 지켜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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