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전히 “마이웨이”다. 김문수, 이인제, 김태호 등의 광역지자체장 전략공천 전망에 부정적 여론이 쏟아졌는데도 강행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이렇게 하겠느냐”고 하는 평가도 있지만, 홍준표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홍준표 대표는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방선거 판세를 두고 “대구 경북은 말할 것도 없고, 경남과 울산은 우리가 앞선다”, “대전에서도 앞서고 부산과 충남은 박빙이다. 충북과 강원, 수도권에서는 밀리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전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강구도가 될 거라면서 “초등생 수준의 안철수 위원장은 나와도 3등”이라고 했다. 종합하면 서울에서 자유한국당이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박빙에 불과할 것이라는 얘기다.

자신감 넘치는 발언과는 달리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거둘 성적에 기대감을 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완주 여부를 의심하는 시각마저 있다. 이런 견해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대표적인 인사는 정두언 전 의원이다. 정두언 전 의원은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해 김문수 전 지사가 재정여력이 없고 15% 이상 득표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권 대출도 어려울 전망이라며 중도 사퇴 등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왼쪽)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경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김태호 예비후보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소 정치적 고려가 들어간 주장으로 느껴지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단일화 국면을 여전히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박지원 의원 역시 최근 여러 경로를 통해 김문수 전 지사 출마를 보수단일화를 겨냥한 ‘소모성 카드’로 본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물론 홍준표 대표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의원은 야권연대 등의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5일 “서울시장 하나를 이기기 위해 연대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선거연대는 2020년 총선까지를 보고 장기적 관점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바른미래당은 규모가 작고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 그럴 가치가 없다는 거다.

정반대의 이유지만 안철수 전 의원도 야권연대 전망에는 부정적이다. 중앙일보 6일자 지면에 실린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의원은 “압도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유권자들도 표를 모아줄 것”이라며 스스로를 “야권대표선수”로 지칭했다. 별도의 단일화 절차가 없더라도 보수 표심은 알아서 자신으로 모일 거라는 얘기다. 안철수 전 의원은 출마선언 당시에도 같은 전망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과는 다른 목소리가 각자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유승민 바른비래당 공동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야권연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더 구체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진석 의원이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합쳐서 30% 지지율이 되지 않는 두 야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라며 “야권 선거연대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게 그렇다.

야권연대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는 것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절대적 우세 속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 1대 1구도를 만드는 게 보수정치의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는 조건이 작용하고 있다. 국정농단이라는 최악의 사건으로 권력을 상실한 보수세력이 이번에 최소한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면 2020년 총선에까지 이르는 동력의 유실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더라도 어떻게든 성과를 남길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야권연대가 그 유일한 길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런 구도가 부각될 거라는 것 또한 야권연대 전망이 여의도 주변을 떠도는 이유 중 하나다. 박원순-안철수-김문수 구도는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 보수언론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전 의원으로의 보수단일화를 사실상 요구했다. 안철수 전 의원 측에서 내세웠던 ‘홍찍문’이라는 구전논리처럼 홍준표 대표가 완주하면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전망은 현실이 되었다. 안철수 전 의원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그때랑 매우 다르다”, “한국당에서 누가 나온다 해도 극우적인 표도 다 못 얻을 것”이라고 했지만 벌써부터 ‘김찍박’이란 논리가 시중에 유포되고 있다.

언론이 야권연대를 반복해서 거론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이유는 지방선거 이후 보수정치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대표의 ‘야권연대’ 관련 발언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탈당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최근 언론은 원희룡 지사가 결국 바른미래당 탈당이 사실상 임박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원희룡 지사의 판단은 1차적으로 선거구도를 근거로 하는 것이겠지만 또 오로지 선거구도만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바른미래당도 자유한국당도 대안이 아니라는 뜻이니 뭔가 새로운 형태의 보수정당이 출현하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행보로 보는 게 타당하다. 가장 밀도가 높은 야권연대는 이런 정계개편의 전망까지 공유하는 형태이다.

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경기도당 개편대회'에서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볼 문제는 이 그림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홍준표 대표라는 사실이다. 홍준표 대표는 ‘막말’과 ‘사당화’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당 내외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막말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5일 “그런 코미디 같은 쇼는 탁현민이 하는 것이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준표 때리기 토크쇼’ 등의 구상을 일축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천 잡음이란 늘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이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자유한국당의 상황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견원지간’으로 알려졌던 안상수 창원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홍준표 대표 체제를 비난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일보는 6일 강찬호 논설위원의 칼럼을 통해 김문수 전 지사 공천 역시도 홍준표 대표 본인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오로지 홍준표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안철수 전 의원의 서울시장 당선보다는 박원순 서울시장 3선이 낫고, 그러자면 이제와서 대권주자가 될 가능성도 없고 ‘극우’ 이미지로 단일화도 여의치 않는 김문수 전 지사를 공천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오히려 홍준표 대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즉, 지방선거 이후 보수세력의 정계개편이 “홍준표는 빼고 하자”는 그림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거다. 홍준표 체제는 이런 전망의 구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구 세력’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점이 안철수 전 의원의 ‘야권대표선수’라는 구상과 맞물리면 모종의 동력이 생길 수도 있다. ‘야권연대’란 전망이 과연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등장할지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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