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이주노동자를 만나서 상담을 하거나 직접 기숙사 등을 방문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최저임금이 올라서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는 하소연이다. 최저임금이 작년 대비 16%나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힘들어진 것일까?

이주노동자들은 보통 최저임금이라는 말보다는 노동부 월급이라고 표현을 한다. 임금체불이나 퇴직금 미지급 등 회사에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때 노동부에 신고를 하면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임금 산정을 하기 때문에 노동부에서 정해준 임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를 포함한 정부는 오히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원래 포함이 되지 않았던 숙식비나 상여금 등을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악에 맞서 민주노총에서는 6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문제점과 피해사례 집담회 ‘최저임금 줬다 뺏냐!’를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과 함께 열고 마트노동자, 경비노동자, 청소노동자, 이주노동자, 공단노동자 등이 직접 피해사례를 발표한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조에서 직접 상담한 사례를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최저임금 꼼수 피해와 일부 노조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잘 막아낸 성과 등을 모아서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개악되기 전부터 이미 노동부가 작년에 발표한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임금이 계속 삭감되고 있었다. 미디어스에 기고했던 “당신의 월급 20%를 숙식비로 공제한다면”(▶관련 기사 링크) 언급했던 것처럼 숙식비 지침은 사업주가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 표준근로계약서에 내용을 적시하고 근로 계약 시 서면동의를 받으면 임금에서 숙식비를 사전공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통상임금의 최대 20%까지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어서 월평균 200만원을 받는 이주노동자가 숙식비를 공제할 경우 40만원까지 합법적으로 징수하는 것이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들이 제대로 알고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의를 구한다고는 하지만 강제 서명이라 할 수 있고 또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사업주들이 이 지침을 기준으로 과도하게 숙식비를 공제하는 사례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실제로 신규 입국한 방글라데시 노동자 K씨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꼼수가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한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본국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만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콘크리트 관련 제품 제조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방글라데시 K씨의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숙식을 회사에서 제공하는 대신 노동자에게 월 5만원을 공제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입국 이후 사업주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K씨에게 숙식비로 월 정액임금의 6.5%를 공제한다는 공제동의서를 별도로 받았다. 공제동의서에는 사용자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를 충분히 검토한 후 자유로운 의사로 동의함을 확인하고 서명한다고 나와 있지만 현실적으로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공제동의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주노조 조합원인 네팔 이주노동자 A씨의 경우도 K씨와 비슷하다. A씨의 경우는 처음에 숙식비를 전혀 받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주가 노동자들을 모두 불러 모은 주간회의 자리에서 15만원씩 숙식비를 공제하는 동의서에 서명을 하도록 시켰다. 비닐하우스로 만든 패널, 칸막이 공간, 통풍도 안 되고 불결한 실외 간이 화장실에 살게 하면서 월급 146만원에 1인당 30만원을 숙식비로 갈취당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도 있다. 이렇듯 신종 숙박업도 아닌 제조업과 농축산업, 건설업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숙식비를 갈취하면서 실질적인 임금을 삭감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충북 음성의 금속노조 K지회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상여금을 삭감하려고 하는 사측의 통보를 미리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항의한 모범적인 사례도 있었다. 2018년도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사측은 계약직 이주노동자에 대해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300% 설, 추석, 연말 각 100%)을 기본급에 산입하고 설, 추석에 각 50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이주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을 노조가 감지하여 지회 게시판에 사측의 행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대표자 면담 등을 통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아직 완벽하게 사건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조직된 한국노동자들의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먼저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의미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받을수록 전체노동자들의 노동권 역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빼앗길수록 그 다음은 비정규직, 하청, 여성노동자 등 전체노동자의 노동권이 하향평준화 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을 밀어붙이고 이후에 최저임금 국적별, 업종별 차등화를 요구하면서 실질적으로 최저 임금인상 효과를 무력하려고 할수록 노동자들은 단결하여 투쟁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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