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청와대가 4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가 국책 연구기관과 국책 TV 방송 등에 언론 관련 지침을 내리고,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들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4일자 중앙일보는 1면 헤드라인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과 박사·전문가 그룹이 '코드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국책 연구소나 정부 입김이 센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자제와 홍보성 기고, 방송 출연 등의 주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특히 이달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청와대와 외교안보라인 정부부처가 노골적 간섭에 나섰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4일자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는 "천안함 폭침 도발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방한으로 논란이 일었던 2월 하순, 국책 연구기관과 국책 TV 방송에는 '천안함을 언급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언론 기고에 대한 세밀한 사전 검토와 모니터링도 이뤄졌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국방연구원을 퇴직한 정상돈 박사의 "신문에 기고하려던 원고를 문제 삼은 고위 인사가 '정부 정책에 맞춰야 한다. 왜 눈치가 없냐'며 직접 붉은 펜으로 껄끄러운 대목 세 곳을 삭제해 버렸다"는 발언도 함께 실었다.

중앙일보는 "북한에 비판적 입장인 탈북 인사의 경우 TV 출연이나 강연에서 배제당하고 있다"면서 "탈북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종편에서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그 옂'로 호칭했다가 한 달간 출연정지를 당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경우 요즘 공개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보수 성향 단체의 경우 직격탄을 맞았다. 북한연구소는 1만 부 가까이 발행하던 월간 '북한' 발행 부수를 5000부 수준으로 줄였다"면서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단체 구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권의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대표적 적폐로 꼽아 단죄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통일·안보 분야 기관과 학자를 대상으로 한 간섭이 도를 넘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다.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4면 전면을 할애해 <대북정책 비판 목소리 막나…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 기사를 게재했다. 중앙일보는 계속된 간섭과 제재를 견디다 못해 사직했다는 국립외교원 S교수, 미 국무부 한국 과장 출신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박사의 해임 등을 사례로 들며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에서 불거진 블랙리스트 논란은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중앙일보는 오늘 아침자에 '문 코드 등살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면서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다.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고 일축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특히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모욕적인 딱지를 붙였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중앙일보는 해당 보도의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고 경고했다.

(재)세종연구소도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세종연구원 측은 중앙일보 보도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에 비판적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연구소 측에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연구위원이 사직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세종연구소 측은 "스트라우브 씨의 계약기간은 2017년 3월 1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였고, 한시적 1년 계약이었다. 지난 2월 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세종연구소는 중앙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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