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여야 개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권력구조 분산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한 권력 분산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완전한 이원집정부에 가까운 형태의 권력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4일 여야 원내대표는 조찬회동을 가졌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 '평화와 정의' 소속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개헌, 4월 국회 일정 등을 안건으로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4일 여야 원내대표가 개헌, 4월 임시국회 일정 등을 두고 조찬 회동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날 조찬회동 후 여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 협상이 잘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어제 내놓은 걸(개헌안) 보면 바른미래당까지 해서 이원집정부제"라면서 "대통령제를 기본으로 하고 권한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봐야지, 총리랑 이원집정부제로 나눈다는 건 동의가 안 된다고 했고, 이런 차이를 어떻게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 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정도까지 얘기됐다"고 밝혔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절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총리추천제'와 관련해서는 "노회찬 원내대표는 우리가 내는 선거제도 변화(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를 하면 상당히 현정과 협치가 가능한 구조인 건 분명하다고 했다"면서 "여러 얘기를 했으니, 그런 차이를 어떻게 넘어설지, 그걸 넘어서야 개헌이 되니 논의해보자고 했다. 다음에 모이면 그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논의의 진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아무런 합의도 개헌에 관한 논의도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민주당이 대통령 개헌안 발의 내용에서 한 발짝도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개헌 논의는 교섭단체 대표와 대통령 회동을 통해 다각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남북대화보다 잘 안 된다"면서 "오늘 제일 얘기 안 됐던 게 그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비례성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그건 좋은 일이다. 비례성 강화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가는 건 찬성하는 거니까"라고 답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3일에 걸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문 대통령 개헌안은 국민헌법자문위원회가 제출한 2가지 안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특히 기본권 강화 측면에서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권력구조 분산의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권한의 핵심은 예산과 인사다. 대통령 개헌안을 살펴보면 예산권에 대해서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 국회의 견제 권한을 강화했지만, 인사권에 있어서는 현행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반면 자유한국당이 3일 내놓은 개헌안은 지나치게 '대통령 힘빼기'에 혈안이 돼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분산의 핵심 키워드로 '분권대통령', '책임총리제'를 꼽았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에 부여된 현행의 헌법적 권한 대로,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하고 '임명'하게 되면, 총리가 국민에 대해 책임을 다하기 보다, 또 다시 대통령만을 바라보면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을 넘어서지 못하게 될 것"이라면서 "다만 권력균형의 원칙에 따라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대통령에 '국회해산권'을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의 의회에 대한 견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 또는 선출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게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비례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했지만, 어떤 방식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자유한국당이 언급한 국회해산권의 경우 의원내각제 정부형태에서 나타나는 내각총리의 권한 중 하나다.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분권대통령'이란 말을 쓰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또한 책임총리제라는 단어는 통상적으로 기존 헌법에 명시돼있지만, 사실상 총리가 행사하지 못하는 권한들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국회의 총리 추천·선출과는 결이 다르단 얘기다.

자유한국당은 권력기관 개편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감사원과 대법원, 헌법재판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헌법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배제하는 방안이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국정원, 공정위 등 5대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도 축소하는 방안도 강구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책임총리제라는 건 대통령제를 전제로 해야 한다. 책임총리제는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의 위상을 인정하면서, 헌법에 부여된 초일의 국무위원 제청권 등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자는 거지, 의원내각제까지 가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얘기도 나오는데 이는 완전한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라는 뜻이다. 분권형대통령제나 책임총리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승수 대표는 권력기관 문제에 대해서도 "권력기관 문제가 헌법으로 다룰 문제인지 아닌지에 논란이 있다"면서 "헌법 기관이 아닌 검찰 등 권력기관은 헌법 사항인지 아닌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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