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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을 완전히 극복한다는 것'정의'와 '공정'을 넘어 평화와 인권 위한 대안적 정치 모색해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4.04 08:40

문재인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다시 한 번 공언했다. 후보 시절의 공약을 4.3 추념식에서 다시 한 번 재론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는 논리적으로 구성돼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성격을 국가권력에 의한 양민학살로 규정했다. 대통령의 사과와 ‘중단이나 후퇴 없는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은 여기서부터 연역적인 방식으로 도출된 결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위한 국회의 협조까지 당부했다. 아직까지는 바른미래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물론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예상대로의 반응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4월 3일은 좌익 무장폭동이 개시된 날”이라며 사건의 명칭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홍준표 대표는 “무고한 양민이 학살당하고 희생당한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진상규명과 보상절차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학살’이라는 사건의 근본을 부정하진 못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인식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조선일보는 4일자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추모사 어디에서도 막대한 피해자를 낳은 4.3 사건을 일으킨 남로당과 배후 세력인 북한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든 무장 반란이 일어나면 군과 경찰이 진압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진압이 지나쳐 관계없는 민간인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대통령은 4·3 당시 전사한 군인과 경찰, 서북청년단 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런 식의, ‘왜 ~는 되고 ~는 안 되느냐’는 논리를 애용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의 주장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로서만 다룰 문제인데 정치인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이득을 본 결과가 문재인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복해서 호출하는 것은 현 정권이 천안함 폭침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지면에서 이런 구도는 계속 반복된다. 왜 남로당은 되고 서북청년단은 안 되느냐고 하고, 왜 민주정부 10년은 되고 이명박 박근혜는 안 되냐고 하고, 또 왜 세월호는 되고 천안함은 안 되느냐고 한다. 사건의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이해득실만 남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공권력이 민간인을 학살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는 이런 논리 속에서 실종되고 4.3은 좌파와 우파가 사생결단한 사건으로만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비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똥 묻은 개와 똥 묻은 개’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사건의 본질을 다루려면 학살의 맥락을 상기해야 한다. 4.3 당시 이승만 정권과 미 군정이 서북청년단이라는 테러단체까지 동원해 마구잡이로 사람을 죽이고 괴롭히고 연좌제까지 동원해 탄압한 것은 그것이 체제 수립을 둘러싼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해방정국은 일본 제국주의와 싸워 이기는 과정과 그 결과로 도래한 것이지만 각자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이 새로운 체제 수립을 위해 정치적으로 경쟁하는 장을 만들었다. 이승만 체제는 이 경쟁에서 폭압적 방식을 동원해 승리한 결과이다. 4.3은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이성과 합리에 기반한 토론을 통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그런 순진한 이야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대학살의 유일한 합리적 판단 기준은 무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공산주의 세력을 빨리 일소하고 자기 위주로 체제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산주의자에 대한 악마화가 진행되었다. 공산주의자는 전통을 짓밟고 인륜을 거스르는 짐승이나 다를 바 없으며 앞에서는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지만 수틀리면 총칼을 꺼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사람들로 묘사되었다. 세치 혀로 남을 기만하며 자기 정체를 숨기는 데 능하다는 것 또한 공산주의자의 전형이다. 이런 인식은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서북청년단의 자기정당성 확보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을 조장하는 근거가 된 걸로 보인다. 이런 면에서 볼 때 4.3의 본질은 좌파와 우파가 대결한 것이라기보다는 우파가 좌파의 존재를 핑계로 체제의 구성을 폭력적으로 완결하려 한 것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기만적 시도는 앞서 조선일보 논조에서 보듯 여러 측면에서 얼굴을 달리해 반복해서 다시 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4.3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것은, 물론 정부의 관점에서 보자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및 배보상의 문제겠지만, 체제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런 현실인식을 만들어 내는 조건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것은 무한한 비효율을 감수할 각오를 갖고 이성과 합리를 통한 문제해결 방식을 효율성의 앞에 놓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4.3 추념사에서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라면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합니다.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맥락상 ‘낡은 이념의 틀’에 갇힌 진보나 보수를 극복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담론의 구역에서 ‘정의’나 ‘공정’이라는 말이 통용되는 방식은 다분히 시장주의적이다. 경쟁에 신의성실하게 응하고 그 결과에 맞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얘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면 결국 정치적 문제란 진보냐 보수냐로 나누는 게 아니라 ‘양품’이냐 ‘불량품’이냐를 논해야 하는 문제가 되어 버린다. 그런데 이런 현실인식은 4.3의 비극을 잉태한 조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보다는 추념사의 이런 대목에 의미를 더 실었으면 한다.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입니다.”,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결국 지금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진보’이고 ‘대안’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멈춰 선 채로 현상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말할 수 있는 ‘문재인 시대’라면, 이제 이런 얘길 할 때도 되었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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