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스(DEUX)의 노래를 즐겨 듣지만, 정작 듀스에 대해서 아는 바는 없었다. 1995년 돌연 사망했던 고 김성재도 그가 죽은 뒤에야 알았고, 우연히 김성재가 마지막으로 남긴 곡 ‘말하자면’을 듣게 되었다. 김성재 덕분에 이후 ‘사자후’로 솔로 활동에 나선 이현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김성재와 이현도, ‘말하자면’은 곧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 1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이하 <슈가맨2>)에서 슈가맨으로 소환된 고 김성재의 지난날을 보면서 그동안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자에게 김성재는 의문의 사건으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인물이었다. 사망 이전 그에 대한 기억이 없기에 김성재 하면 ‘의문사’부터 떠올랐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2>

하지만 김성재가 듀스로 활동할 때부터 그를 사랑했던 팬들은 김성재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이날 방송에서 사연 제보자로 등장한 소지섭은 김성재를 많이 좋아했었고, 김성재 덕분에 연예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후 과거 고 김성재와의 친분으로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이본의 회고에 따르면, 한 의류 브랜드의 모델로 데뷔한 송승헌, 소지섭, 김하늘 모두 당시 해당 브랜드 모델로 활동한 김성재와 함께 화보를 찍고 싶어 지원했다고 한다.

<슈가맨2>를 통해서 김성재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쌍꺼풀 없는 짙은 눈매, 당시 흔하지 않았던 180cm의 장신에 완벽하면서도 탄탄한 비율. 김성재는 확실히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었다. 타고난 비주얼도 좋았지만, 패션 감각도 뛰어났다. <슈가맨2>에서 고 김성재를 대신해 ‘말하자면’ 무대를 꾸며준 그의 동생 김성욱은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형 김성재를 추억한다.

듀스 시절부터 착용했던 큼직한 귀걸이와 ‘말하자면’의 첫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였던 <SBS TV가요 20>에서 착용했던 큼직한 장갑은 김성재의 트레이드마크로 남았다. 정비공 의상을 착용한 ‘말하자면’ 뮤직비디오, 아이스하키복을 입었던 <SBS TV가요 20> 첫 방송에 이어 팬들을 위해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준비했다고 하니, 시대의 춤꾼으로 통한 김성재의 패션에 대한 열정 또한 얼마나 남달랐는지를 느끼게 한다. 지금 봐도 간지가 줄줄 흐르는 한국 최초의 스웨그, 가히 연예인의 연예인 김성재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2>

이날 <슈가맨2>에는 고 김성재에 이어 하늘의 별이 된 슈가맨이 소환되었다. 지난 시즌 1에서 고 서지원, 고 박용하를 추억했던 불멸의 슈가송 특집에 이은 또 하나의 고인 특집이다. 지난 시즌 1에서 진행된 불멸의 슈가송 특집은 방송 시작과 함께 이제 이 세상에 없는 분들의 노래가 조명될 것을 미리 알렸지만, 이번 <슈가맨2> 고인특집은 두 번째 슈가맨의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 베일에 가려 있었다.

고 김성재에 이어 이날 방송의 두 번째 슈가맨으로 소개된 가수는 스카이(SKY)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고 최진영이다. 1999년 ‘영원’으로 데뷔한 스카이는 호소력 있는 락발라드와 장동건, 차인표 등 톱스타들이 출연한 뮤직비디오, 얼굴 없는 가수로 화제를 모으며 인기를 얻었다. ‘영원’이 성공가도에 오른 뒤 비로소 얼굴을 공개한 스카이의 정체에 많은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카이 활동 이전에도 최진영은 유명한 연예인이었다. 하지만 불세출의 스타인 누나 최진실의 그늘에 가려 졌고, 당시만 해도 배우가 가수 활동을 겸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따르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최진영은 그를 둘러싼 모든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오로지 노래로만 평가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자신의 노래가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자 비로소 얼굴을 공개했다. 원래 미성에 가까웠던 최진영은 피나는 연습 끝에 허스키하고 호소력 있는 음색을 가질 수 있었다. 그만큼 가수로 인정받고 싶었던 최진영의 음악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2>

개인적으로 스카이의 ‘영원’을 좋아했으며, 지금도 즐겨 듣는 노래 중 하나다. 그래서 <슈가맨2>에서 소환된 스카이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스카이 최진영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나 아쉬운 스타였다. 김성재의 죽음 또한 그랬다. 여전히 김성재의 죽음을 잊을 수 없겠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김성재를 기억하고 싶다. <슈가맨2>를 통해 소환된 그들의 노래에 만우절의 거짓말처럼 믿을 수 없어 소름이 돋았던 순간들. 지난 1일 방영한 <슈가맨2> 불멸의 슈가송 특집은 시즌1, 2를 통틀어 레전드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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