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에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에 이어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방출대상자 블랙리스트'가 MBC 내부감사 결과를 통해 추가로 발견됐다. MBC는 감사결과를 바탕으로 사규에 따른 관련자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는 "블랙리스트 몸통은 김장겸, 안광한 경영진"이라며 감사에서 밝혀진 증거들을 통해 관련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MBC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MBC 내부의 '블랙리스트' 존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블랙리스트'는 기존 MBC본부에서 공개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뿐만 아니라 '아니운서 블랙리스트', MBC본부 조합원들에 대한 '방출대상자 블랙리스트'가 추가로 공개됐다.

MBC 감사국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문화방송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MBC본부가 폭로한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문건을 확인하고, MBC 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18년 1월 8일부터 3월 22일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2017년 10월 16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아나운서 조합원 28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을 부당노동행위 및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는 모습. (미디어스)

우선 MBC 아나운서에 대한 블랙리스트 문건이 새로 발견됐다. MBC에 따르면 2013년 12월, 아나운서국 아나운서 최모씨는 '아나운서 성향분석'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해 당시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에게 보고했다. 해당 문건에서 아나운서들은 '강성', '약강성', '친회사적' 등 성향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분류됐다.

MBC는 "이 문건의 내용이 반영되어 실제 인사발령이 이루어졌다"며 "리스트 작성 후 업무배제, 부당전보 등의 차별을 받은 9명의 아나운서 가운데 5명이 결국 퇴사하였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MBC는 임원회의에서 특정 아나운서들을 실명으로 지목하며 업무에서 배제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MBC는 "안광한 전 사장은 아나운서 국장에게 특정 아나운서들을 거론하며 '빼면 인력을 줄 수 있다'고 말해 '반드시 업무 배제'를 지시하였다"고 전했다.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경영진과 갈등을 겪고 있던 MBC본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방출대상자 블랙리스트'도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에 따르면 2014년 10월 작성된 '방출대상자 블랙리스트'의 대상자는 대부분 MBC본부 조합원들로, 당시 임원들은 회의에서 이들을 보낸 신설부서를 '보호관찰소'라고까지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관찰소'는 그동안 MBC본부가 '유배지'라 주장해왔던 MBC 신사업개발센터, MBC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MBC 경인지사 등이었다. 방출대상 블랙리스트 총 78명중 61명이 업무와 관계없는 부서로 발령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8월 MBC본부가 공개한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문건의 작성자인 카메라기자 권모씨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작성한 문건일 뿐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감사 결과 권 기자가 박모 취제센터장에게 '블랙리스트'가 반영된 인사안을 보냈고, 실제 대부분의 내용이 거의 일치하게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고 MBC는 밝혔다.

2017년 8월 8일 상암MBC 본사에서 열린 '노조파괴 블랙리스트'폭로 기자회견에서 권혁용 MBC영상기자회장이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미디어스)

블랙리스트 외에도 안광한 전 사장은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안광한 전 사장이 지속적으로 임원회의에서 사원들의 1노조(MBC본부) 탈퇴를 독려하였음을 확인했다"면서 안 전 사장이 2014년 ‘인사고과 최하등급 부여 → 교육 → 퇴출'로 이뤄지는 일종의 '해고프로젝트' 계획 수립을 지시하고, "소송을 감수하더라도 3명은 퇴출시켜야 한다"며 반복적으로 계획실행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박영춘 MBC 감사는 오늘 감사결과를 MBC 경영진에 설명하고, 아나운서 블랙리스트 관련자 2인과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관련자 4인에 대해 징계를 요청했다. 또한 오는 5일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서 감사결과를 공개 보고할 예정이다. MBC는 감사결과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사규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MBC본부는 감사결과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블랙리스트의 몸통은 김장겸·안광한 경영진"이라며 "물증이 드러난 반 헌법적 범죄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지난 8년 MBC를 흔들고 오염시킨 반 헌법적 범죄, '블랙리스트'의 몸통은 바로 김장겸, 안광한, 김재철, 백종문, 권재홍, 이진숙 등 범법 경영진이라는 사실이 문건으로 확인됐다"며 "블랙리스트는 이들이 주장해온 '일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경영진이 직접 기획, 지시, 실행, 점검까지 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오늘 발표된 블랙리스트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다. 조합은 진상규명을 위한 더 구체적이고 엄정한 추가 감사를 사측에 요구한다"면서 "감사에서 밝혀진 새로운 증거들에 입각해, 블랙리스트 범죄와 부당노동행위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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