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반(反) 메갈은 돈이 된다.’ 논객 박가분 씨가 최근 게임업계 페미니스트 사상검증 사건들에 관해 주장한 바이다. 박가분 씨는 칼럼 ‘서브컬쳐계의 ‘메갈 보이콧’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메갈 관련 밈(meme)을 쓰는 자는 혐오세력이며, 그러한 사람이 제작한 콘텐츠에 대한 불매 운동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이 논리는 게임회사 넥슨의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인증했다고 계약해지 당하고, 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 씨가 ‘girls can do anything’이 적힌 핸드폰 케이스를 가졌다며 비난받고, SBS 라디오 작가가 친 페미니즘 커뮤니티 소속이라는 이유로 부서 이동을 발령받는 등 페미니스트 사상검증 사건 때마다 반복됐다. 과연 페미니스트 사상검증과, 이를 통한 ‘메갈 보이콧’은 정당한가? 또 반 메갈이 돈이 된다는 논리에는 문제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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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보이콧 vs. 갑질

우선 ‘메갈 보이콧’이 갑질인지 정당한 소비자 불매운동인지 살펴보자. 갑질과 정당한 보이콧은 소비자가 구매력을 수단으로 판매자의 상품 및 서비스 제공 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정당한 보이콧의 목적이 노동 착취나 환경권 등에 저항하는 사회적 정의 구현이라면, 갑질의 목적은 개인적 기분 풀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갑질은 자본주의를 앞세워 비합리적인 기분을 풀 목적으로 타인의 노동권 및 인격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반사회적인 행태로 지탄받는다.

‘메갈 보이콧’은 갑질이다

그렇다면 메갈 보이콧은 정당한 소비자 운동인가? 이를 판단하려면 ‘메갈’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메갈은 본래 과거 메갈리아 사이트 유저를 지칭한다. 박가분 씨는 기고 글에서 ‘메갈리아·워마드는 (…) 노인·장애인·성 소수자·어린이 등 소수자·약자에게 혐오 발언을 일삼는 혐오집단’이라고 정의 내렸다. 우선 메갈리아가 폐쇄된 사이트라는 것을 차지하고서라도, 워마드와는 다르다. 워마드는 결정적으로 게이를 옹호하지 않는 이들이 메갈리아 내에서 갈등을 빚자 따로 연 사이트다. 이것만 봐도 메갈리아는 성 소수자 혐오에 반대한 곳인 데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엮이는 집단이 아니다. 그나마 메갈리아로 특징될 게 있다면 여성 혐오에 맞선 ‘미러링’이란 전략이다. 그리고 당시 메갈리아 사이트는 여성 혐오를 비판하다가 혐오세력의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혐오집단과 정 반대의 입장에 있었다.

현재 용례 상 ‘메갈’은 미러링 전략을 잘 써도 못 써도, 워마드 회원이어도, <82년생 김지영>을 읽어도, girls can do anyting 폰케이스를 가져도 성 평등 지점만 건드려도 메갈이라 통칭하는 듯하다. 비록 일부는 페미니즘과 메갈리아는 다르다고 선을 긋지만, 정작 그들은 기존 가부장 사회에 불편을 주지 않는 선까지만 인정한다. 결국 현재 ‘메갈=페미니즘 옹호자’로 통칭되고 있다. 즉 메갈을 혐오세력으로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 따라서 ‘메갈 보이콧’은 곧 ‘페미니즘(성 평등) 보이콧’이며, 이는 사회 정의에 근거한 불매운동이 아닌 비합리적인 기분에 근거한 ‘갑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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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계 원화 작가들이 리트윗한 게시물들 자체가 문제인가?

메갈이 아니어도 게임계 작가들이 팔로우하거나 리트윗한 콘텐츠 자체가 혐오적이라고 문제제기 할 수 있다. 우선 팔로우해서 문제가 된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부터 짚어보자. 한국여성민우회는 성폭력 피해 상담 및 호주제 폐지 운동 등 성 평등에 기여한 단체고, 페미디아는 한 주제에 관해 대립하는 글도 병존하는 등 성 평등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실었던 곳이다. 이외에도 ‘몰카 노이로제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 ‘아이린이 읽은 책’ 등 성 평등에 관한 게시물이 다수였다. 가장 문제가 된 ‘한남들의 이중X대’라는 게시물도, 여자는 순결을 지켜야 하지만 자신은 성매매를 일삼는 등 한국 남성 사이에 만연한 이중잣대에 대해 풍자한 콘텐츠였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들을 한남이라 부른 것이며, 해당되지 않는다면 한남이 아니다. 그리고 김치녀나 된장녀가 ‘여성 혐오적 멸칭’이라면, 이에 대한 미러링인 한남은 여성 혐오를 저지르는 이들을 ‘풍자’한 명칭으로 층위가 다르다.

‘반 메갈은 돈이 된다’=’혐오는 돈이 된다’

다 떠나서,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게임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위해 업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그것도 과거의 행적을 좇아 사상검증을 한다는 데 있다. IMC 게임즈의 김학규 대표는 자신이 직접 사찰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찰의 결과로 이루어진 유저들의 항의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사찰을 간접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노동권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다시 돌아와서 ‘메갈=페미니즘 옹호자’라면, 반 메갈이 돈이 된다는 것은 ‘인종주의는 돈이 된다’처럼 ‘혐오는 돈이 된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갑질의 대표 사례인 ‘땅콩 회항’ 사건도 돈만 많으면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밥줄을 인질 삼아 기분대로 하겠다는 발상이 문제가 아니었나. 구매권을 시민권과 혼동하는 논리적 오류 때문이 아니었나.

반 메갈은 혐오를 향해 회항하는, 전근대적인 갑질 행위다. 반 메갈은, 혐오는 돈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사회일수록 부당한 사회다. 반 메갈이 돈이 되는 것은 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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