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일보의 인터뷰 질의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특정 질의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고, 특정 질문을 넣어달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 한국일보 정책사회부 기자는 30일 '민감한 현안은 빼고 업적 질문해달라는 고용부장관'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을 통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 현안에 대한 인터뷰 질의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고, 특정 질의에 대한 삭제요청과 함께 부처 우수 평가, 장관의 철학 등을 묻는 질문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조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30일 예정됐던 한국일보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를 이틀 앞두고 있던 지난 28일 오후, 고용부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며 "사전 질문지를 1주일 가량 전에 전달하고 서면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터였다. 김 장관이 질문 내용이 인터뷰에 부적절하다며 몹시 불쾌해했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조 기자가 작성한 사전질문지의 내용은 ▲3년 한시적인 청년일자리 대책의 적절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평가와 후속조치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른 올해 인상폭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의 효과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한 노동 관련 사안 등이다.

조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사전질문지에 담긴 12가지 질문은 별반 새로울 것 없는, 현재 관심을 끌고 있는 노동계 현안들이었다"며 "그러나 고용부 공무원들의 쇄도하는 전화에서 전해지는 '장관님'의 심기는 전혀 달랐다"고 회상했다.

조 기자의 기자수첩에 따르면 고용부 관계자들은 "장관님에게 (질문지를) 보고했는데 질문을 보다가 '내용이 너무 민감한 내용이다, 12가지 항목이 다 그렇다'고 하셨다", "이런 문제를 정말 인터뷰에서 다 물을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청문회도 아니고 이럴 거면 굳이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관님 판단"이라고 조 기자에게 전했다.

고용부는 조 기자에게 특정 현안 질의를 빼고, 고용부에 유리한 질문을 넣아달라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심지어 민감한 항목은 빼고 장관이 원하는 질문을 넣어달라는 제안까지 했다"며 "최저임금 산입 범위나 개헌안 관련 질문은 아예 삭제를 하고, 대신 부처 우수 평가를 받은 부분이나 장관으로서의 철학 같은 질문을 넣어달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조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김 장관이 '이럴 바에는 인터뷰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했듯, 한국일보 역시 장관의 업적 홍보를 위한 인터뷰를 굳이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30일 인터뷰는 그렇게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기자는 "김 장관은 농구선수에서 한국노총 간부로, 3선 국회의원에 핵심 부처 수장까지 오르며, 노동계 일각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이런 의문이 든다. 그는 노조활동가 시절이나 야당 의원 시절, 정부가 민감해 하는 내용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걸까"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언론사와 정부부처간 질의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잘 맞지 않았던 것일 뿐, 특정 질문에 대한 삭제나 추가를 요청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장관이)인터뷰 거절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고, (질의 내용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 것도 아니다"라며 "(언론사와 부처간)질문지를 다듬는 과정에서 조정이 안맞았던 것"이라고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관계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헌안 관련 질의 등에 대한 삭제 요청과 관련해 "특정 질문의 삭제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 것 없다"고 답했다. 또한 부처 우수 평가, 장관으로서의 철학 등을 질문에 넣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정책도 설명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타 매체에서 같은 내용의 질의서가 온다고 해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관계자는 "그런 것 없고,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언론사 문의가 오는 것에 대해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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